숫자 너머에 있는 콘텍스트
처음 광고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숫자가 전부라고 믿었다. 클릭 수, 전환율,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 비율)가 높게 나오는 날이면 승리감에 취했고, 반대로 수치가 바닥을 치는 날에는 내가 무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숫자가 곧 나의 실력이고, 그것이 마케터로서 나를 증명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됐다. 숫자가 좋게 나왔을 때조차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는 것을. 광고의 성과를 높였다는 성취감은 잠깐일 뿐, 광고를 본 사람들이 진짜로 무언가를 얻어갔는지, 그들이 내 광고를 통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한 고객의 메시지였다. 내가 맡은 광고 중 하나는 소규모 창업자를 위한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캠페인이었다. 고객사 대표는 "우리 강의가 얼마나 유용한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광고해주세요"라고 부탁했지만, 나는 결국 클릭률과 전환율을 높이는 데만 신경을 썼다. 예쁜 이미지, 도발적인 문구로 무장한 광고는 꽤 높은 전환율을 기록했지만, 어느 날 한 참가자가 남긴 후기를 보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광고에서는 이 강의가 제 삶을 바꿀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진심보다는 판매에만 집중된 느낌이라 실망했어요."
그 후기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광고를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높은 숫자를 기록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일까?
그때부터 나는 광고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숫자는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고가 고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들이 우리 광고를 통해 어떤 가치를 느끼는지였다. 예전처럼 숫자에 매달리지 않게 되자, 고객사의 진짜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생겼다.
물론 이런 변화를 이룬다고 해서 광고 성과가 항상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할 때 내 일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광고를 기획할 때마다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이 메시지가 진짜로 그들에게 가 닿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방향을 잡는다.
결국, 광고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일이다. 한순간의 클릭이나 구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고가 남긴 경험,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와 공감이다. 이제 나는 숫자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남기는 광고를 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마케터로 살아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