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사람은 왜 갑자기 화를 낼까 ?

삶의 끝에서 나타나는 말과 행동, 그 안에 숨겨진 진심

by 별빛간호사

"간호사님, 나 죽고 싶어요. 그냥 끝났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손을 흔들던 환자분이셨습니다.

식사도 잘 하시고, 가족이 오면 먼저 말도 건네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고, 날카로운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도 당황했고, 간호사인 저도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말기 환자분들은 종종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화를 내거나, 때로는 자신을 방치해 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무기력해지고, 가까웠던 가족에게조차 차갑게 대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모든 행동은 결코 ‘이기적’이거나 ‘무례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1. 감정의 진짜 얼굴

죽음을 앞둔 사람의 언행은, 감정의 마지막 격랑 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두려움’, ‘억울함’, ‘서운함’, ‘체념’이 겹겹이 쌓여 그들을 뒤흔듭니다.

갑자기 화를 내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무기력하게 말이 없어진 건, 지금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입니다.


가족을 밀어내는 건, 정말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미안해서, 그만큼 마음이 아파서, 덜 아프게 하려고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자분들이 섬망증상으로 뱉은 말과 행동은 진심이 아님을 꼭 기억해주세요.


2.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환자분들의 말이나 태도에 너무 마음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 속에는 언제나 "나 지금 너무 무서워요", "나는 사랑받고 싶어요", "이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요"같은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그 마음을 말로 다 꺼낼 수 없기에,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3. 마무리하며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 자리에’ 서게 됩니다.
그때 누군가가 나의 화난 얼굴이나 무표정을 보고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아요. 당신이 왜 그런지, 나는 이해해요."

"있는 그대로 내가 곁에 있어줄게요."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괜찮아.","고마워.","사랑해"등도 좋지만

옆에 그저 가만히 앉아서 손을 잡아드리고 이마를 쓸어드리는 것입니다.

잠시후 환자분은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들거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과거 얘기를 말해주셨습니다.

사실은, 우리는 수용해주면 대부분이 해결이 됩니다.

그저 들어주고 안아주고 곁에 있어주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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