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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a lee Feb 21. 2024

또 다른 언어 속 아이들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나의 아티스트 Joey

중학교 때 ‘딥스’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한 자폐아이의 세계에 그 아이를 사랑한 선생님이 아이와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아이가 자폐라고 나오지는 않지만 경험상 이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에 있는 아이이다. 이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는 무척 어렵지만 코드를 찾으면 이 아이들과 정말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눈물을 흘리며 웃을 수 있다. (너무 웃겨서)


조셉은 자폐인데 아티스트 기질이 강한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종종 자기가 만들고 있는 작품이 너무 중요한 나머지 수업에서 해야 하는 수업 내용을 하지 않으려 한다. 조셉은 종이로 그랜드 피아노를 만드는데 피아노 안에 피아노 줄도 종이로 만들고 페달이며 온갖 디테일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정교히 만들어낸다. 사실 이 아이의 소질이 남달라서 그냥 미술만 하게 놔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학교는 사회와 어울리는 것을 배우는 곳이니 나는 아이에게 “숙제 먼저 그다음 만들기(자폐어이들에게 설명을 장황하게하면 다 웅웅 거리는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때로는 수화로 간다뇌 싸인을 주거나 글씨로 써서 말을 최소화하는게 더 잘 먹힐때가 많다. )”라고 상기시켜주고 “2분 뒤에 조셉은 프린트물을 4페이지 하고 만들기 3분을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고 타이머를 맞춰둔다. 그러면 조셉은 ”No work!!”이라고 외치며 과제물을 하길 거부하지만 결국 시간을 주면 연필을 꺼내 들고 프린트 물을 하고 3분 만들기 시간을 지킨다.

자폐 아이들 중에는 길게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할 일들을 주면 곧잘 따라온다.

조셉은 가끔 자기 기분이 안 좋으면 “No!!!!~~~~”라고 크게 소리치고 ”우엥~~~~~“하고 들으라는듯 크게 소리를 치며 눈물을 꾸역꾸역 짜 내는데 그 얼굴이 얼마나 귀여운지 웃음이 나오지만 그 웃음을 꾹 참고” I hear you, I know it is hard!! Joey is ok.”라고 이야기해 주며 등을 토닥거려 주면 잦아든다. (결국은 자기 좀 봐달라는 어리광인데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울게 놔두거나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적당히 거리 조절을 하며 방향을 잡아주면 아이는 곧 잘 따라온다.

하루는 아이의 어리광이 너무 심해서 책상 주위에 파티션을 쳐두고 울게 놔둔 적이 있는데 아이가 주위의 관심을 받기 위해 “I cry~~~~”하면서 우앵 울어버리는데 너무 귀여워서 선생님들끼리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그 뒤로 선생님들끼리도 힘든 일이 있을 땐 조셉을 흉내 내며 “I cry~~~”라고 외치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걸 느낀다.


이 아이가 주는 행복 바이러스는 정망 놀라워서 신기하게도 아이가 하는 행동이 반 수업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그게 그렇게 밉지 않고 정말 귀엽다. 어느날은 같은 동료인 미스터 데릭이 손이 쫌 까졌는데 조셉이 그 상처를 가르키며 “Is it hurt?” 하더니 잡자기 선생님의 손을 끌어다가 상처에 뽀뽀를 해서 깜짝 놀랐는데 ( 이제 막 결혼한 30세 남자가 아이도 길러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훅 자기 부모님이 자기가 아플때 해줬던 행동을 했던거다.) 미스터 데릭이 한쪽 머리에서는 침이 묻어서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을했지만, 아이의 행동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만 마음이 녹아내릴뻔 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한참 웃었다.


가끔 장애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나 부모를 그저 안됐다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하나님이 이 아이들애게 심어놓은 다른 방식의 행복 DNA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세계가 정말 기가 막히게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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