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생각과 감정이 만든 고통에 대하여
"'네가 그동안 대체 잘한 게 뭐야, 어중간하게 할 거면 하지 마.' 라니. 엄마가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죠?"
A는 상담실 의자에 앉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망하는 말조차 아주 작고 기운이 없었다. 내가 A가 되어 엄마에게 그 말을 듣는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 역시도 일단 심장이 쿵 내려앉고 슬픔이 차 올라 목구멍이 꽉 막혀오다가 조용히 방문으로 걸어 들어갔을지 모른다. 아니면 마음속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고 '엄마는 좋은 엄마였는 줄 알아?' 하면서 맞섰을까?
A는 슬픔으로 가득 차 지칠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기분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에도, 일주일이 지나 상담실에 찾아올 때까지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해야 했던 과제도, 공모전 준비도 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망친 게 엄마였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엄마가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이런 감정에 휘말리지 않았을 테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갔을 것이다. 발목을 잡는 엄마라는 존재를 한없이 원망하고 있었다.
말은 실체가 없는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어떤 사람은 도전을 하고, 어떤 사람은 상처를 입고 또 누군가는 혼자 웅크리고 방문을 걸어 잠근다. 또 누구는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절망하며 단념을 한다.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탓을 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어떤 말이든 들려올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입에서 나오는 소리일 뿐이다. 그 고통을 하찮게 여겨서가 아니라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 거다. 어쩌면 그냥 생각일 뿐이고, 말 뿐인 일인데 괴물 영화의 괴물이 나타났을 때처럼, 귀신의 집 귀신을 만났을 때처럼 사력을 다해 두려워하며 도망쳐야 한다거나 맞서 싸울 일인가 싶은 거다.
그냥 말일뿐이고, 생각일 뿐인 실체는 없는 일에 매여있는 고통이 이해도 가고, 때로 나도 그렇게 살고 있고, 그렇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글 서두의 예시는 실제 사례가 아닌,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