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4(SUN)
투두리스트로만 오래 지내오던 너희에게 돌아오는 일. 나에게는 왜 이게 그리도 어려웠을까?
1년만에 오늘의 나로 오게 되었구나. 군대에서 하루하루 체크 표시를 하며 너희와의 약속이던 이 글은 언젠가부터 내 형편없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아프게 보내는 시간이 되었고, 그래서 더욱 안하게 된 것 같아.
그냥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거든. 너희들이 좋은 나의 모습을 보길, 그 모습으로 힘을 얻고 배우길 바랬었지.
하지만 아직 새파란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안 좋았던, 우울했던 그 때들이 나에게 가장 큰 배움이자 공부였다는 것.
오히려 너희들에게 그런 꾸밈없는, 너희 아빠의 고찰을 적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는 힘든 시기를 안 보내길 바라지만, 20대의 고분분투의 시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있어야 정말 어른이 되는 과정이 될테니까.
너희에게 1년동안 안 온 것은 진심으로 미안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더 나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싫어서 너희에게 나 자신을 감추기만 했던, 못난 아빠를 용서해주렴.
요즘 많이 느끼는 건, 꾸준히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야. 잘 할 필요도 없고, 천재여야 하는 것도 아니지.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거야. 조금씩이건, 좋은 퀄리티건 나쁜 퀄리티건, 상관없이. 그 하루하루를 무엇인가에 시간을 떼어쓴다면, 분명 그 어떤 것이든 잘하게 될거라고 믿어.
많이 듣는 말이지만, 누구도 잘하게 시작한 사람은 없으니까.
아, 그리고 오늘 책에서 읽은건데, 너희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더라.
어떤 달리기 경기가 있었는데 한 지체 장애인 한분이 함께 뛰었다고 해.
경주가 시작하자, 장애가 있으신 분은 뒤로 뒤쳐졌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15분만에 끝낼 경주를 30분을 달렸어. 하지만 놀라운건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분과 함께 뛰어서 끝까지 다같이 달려주었다는거야.
세상은 경쟁하지. 누가 더 나은 사람인가? 누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가? 비교하고, 슬퍼하곤 하지.
하지만 나는 너희에게 내가 읽은 책 <Start with WHY> 를 빗대어 말해주고 싶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삶은 함께하는 사람이 없단다. 상대를 보면서 달리기 때문이지. 결국 모두와 적이 되는거야. 하지만 내 자신과 싸우는 사람은 동반자들이 붙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단다.
그들 각자의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유일한 적은 작년의, 한달전의, 지난주의, 어제의 자신의 안타까웠던 모습일 뿐일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해보고 있어. 지난달의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자고. 분명히 그때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이 한번 되어보자고. 내 안에 있는 녀석이랑 싸워보자고.
자난달의 나에게 롤모델이 되어보자고. 내 자신과 싸워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렇게 더 큰 대의를 향해 나아가자고.
San Francisco 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