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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Oct 05. 2023

누굴 닮았어요?

엄마와 아빠 중에서

긴 연휴가 찾아와 오랜만에 방문한 시골. 추석에 작은할아버지댁에서 방문하셔서 어느 가정처럼 평범하며 반가운 인사와 담소를 나눴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라고 작은할아버지께서 술 한잔 따라주시고 작은 당숙모께서 오랜만에 본다고 반갑다며 술 한잔 따라주시고 관심이 나에게 왔다. 


"우리 도련님은 누구 닮아서 글을 잘 써요?"


작은 당숙모께서 내게 물어보셨다. 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 그러고 보니 나는 엄마와 아빠 중 누굴 닮아서 글을 쓰는 재미에 빠졌을까.


내가 글을 잘 쓰는 걸 알아봐 준 건 아빠다. 중학교 때 방학숙제로 쓴 리포트를 아빠가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내가 쓴 걸 다 훑어보고는 잘 쓴다고 하셨다. 그 후 고등학교에서도 내가 글을 써서 칭찬받는 일이 있거나 글을 쓴 게 학교 책자에 실려서 보여주면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런데 나의 재능을 알아봐 준 건 아빠가 맞지만 그렇다고 아빠가 글을 잘 쓰거나 취미를 가진 적이 없었다. 반대로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는 매일 일기를 쓰고는 하셨다. 그에 따른 영향인지 우리 남매도 어릴 적부터 매일 일기를 쓰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일기를 쓰고는 했는데 정작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못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말했다.


"글쎄요.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순간 3초간의 정적이 일어나고 작은 당숙모는 분위기를 바꿔 다른 얘기를 하셨다. 거기에 보태 큰 당숙모께서도 내가 닮은 사람으로 작가 이지성을 언급하며 나 또한 그 사람처럼 책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작은 당숙모께서도 될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렇게 오랜만에 본 작은할아버지댁과 짧은 시간을 갖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차 안에서 아까 내가 한 대답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누굴 닮은 걸까?'


이 고민을 그날 자기 전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나는 엄마 아빠 둘 다 닮았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것에는 어릴 적부터 봐온 부모님의 모습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부모님은 하나에 빠지면 끈기 있게 하셨다. 엄마는 일기 쓰는 것, 아빠는 일에 집중하는 것. 일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썼으며 일은 우리 가족이 다 자도 혼자서 식탁에 앉아 일을 하셨다. 두 분의 그런 모습을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뭔가 하나에 빠지면 끈기 있게 계속해왔다. 예를 들어 블로그 쓰기.


주변에서 내가 블로그를 매일 쓴다고 말하면 부지런하고 끈기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 귀찮은 것을 어떻게 매일 할 수 있냐면서. 맞다. 블로그 쓰기는 매일 하는 것에 있어서 귀찮음이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재미를 알아서 그런지 그렇게 귀찮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쓸지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하며 쓰는 시간만 더 길어지고 그런다. 그런 모습에서 보면 나는 끈기가 있으며 그 끈기는 부모님께 물려받았다.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집중력. 우리 집은 대체로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단순한 프라모델 조립이나 그림 그리는 것에도 끝날 때까지 주변에서 방해가 있어도 신경 쓰지 않고 한다. 그런 면에서 나도 글을 쓸 때 주변이 시끄럽거나 신경 쓰이는 환경이라도 글을 쓰는 것에만 집중한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것. 끈기와 집중력. 그걸 생각하니 나는 두 분을 닮은 아들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렇게 결론이 내려지니 낮에 작은 당숙모께 드린 대답을 정정하고 싶어졌다.


"글 쓰는 것은 모르겠지만 끈기와 집중력은 두 분과 닮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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