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무슨 잘못했어?
글을 쓰면 교장선생님을 뵐 수 있다
고등학생시절 성실하고 바른 학생으로 선생님들께 좋은 이미지였던 나. 그런 내가 어느 날 학교를 등교하자마자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보고 물어보셨다.
"야, 너 무슨 잘못했냐?"
"네? 제가요?"
"아니면 너희 아버지 공무원이시냐?"
대뜸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알 수 없는 질문을 하셔서 나는 내가 모르는 큰 잘못을 저질렀나 싶었다. 조용했던 내가 담임선생님과 질문하는 대화할 일은 예체능 학생이라서 야자시간을 빼는 거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왜 이런 질문을 하셨지?
우리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귀공자라는 마음 일기를 작성했다. 하루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체크를 하며 그날의 느낌을 쓰는 일기. 그리고 내가 쓴 글을 읽으셨던 교장선생님께서 내가 어떤 학생인지 직접 보고 싶으시다며 담임 선생님께 아침 조회 시간이 끝난 후 나를 교장실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셨다.
'세상에 내가 교장실에 가서 교장선생님과 대면을?'
긴장반 불안반으로 교장실까지 걸어가는 그때는 참으로 믿어지지 않았다. 사실 그때 느낀 내 기분은 뭔가 잘못해서 교장실에 끌려간 기분이었다.
교장실 앞에 도착해서 조심히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계시던 교장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반겨주셨다.
두근두근 뛰는 내 심장은 태연하게 표정을 짓는 내 얼굴과는 다르게 극도로 긴장을 했고 교장 선생님께서 앉으라는 말과 함께 빠르게 의자에 착석했다.
극도로 긴장한 내 모습을 보셨는지 교장선생님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내가 잘못해서 부른 게 아니라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어떤 학생인지 궁금해서 부르셨다며 긴장하지 말라고 달래주셨다. 글 얘기가 나오니 그렇게 긴장한 내 몸은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교장 선생님과 면담이 떨리지 않았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매일 학생들이 쓰는 마음 일기를 보며 우리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신다고 하셨는데 그중 몇 명의 학생들의 글을 읽고 감명받아 어떤 학생인지 궁금해 이렇게 부르고 한다고 하셨다. 그중 나도 포함이 되었다.
면담은 길지 않고 1교시 시작 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질문을 많이 안 하시고 내가 이 질문 위주로 많이 물어보셨다.
"자네는 꿈이 뭔가?"
그 당시 나의 꿈은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는 것, 그리고 내 글을 읽으신 교장선생님께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며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별말 아니었지만 교장선생님께서 내가 어떤 학생인지 나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봐주신 것에 대해 나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그날 하루는 뭔가 특별한 학생처럼 느껴졌다.
그 하루동안 나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상승한 학생이 되었다.
이날의 일은 우리 부모님께는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아들의 자랑거리였다. 글을 잘 써서 우리 아들이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했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내 글솜씨를 알아봐 준 사람은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최초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글을 잘 써서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나눈 것은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지도.
선생님께서 물으셨던 질문에 이제는 답할 수 있다.
"너 무슨 잘못했어?"
"글을 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