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웃을까
이 감정 연기를 배우면서 사람들은 희로애락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을 알았다. 희 기쁨, 노 분노, 애 슬픔, 락 즐거움.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이 감정들이 우리가 평소에 많이 느끼는 감정이지만 정작 그것에 대해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생소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생소한 게 있다. 바로 락. 누군가 그랬다.
"기쁨과 즐거움은 같은 것이 아닌가요?"
기쁨과 즐거움. 크게 본다면 둘 다 기분 좋다는 감정에 속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이 두 개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감정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고 나서야 알았다.
기쁨이란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순간 오는 행복을 기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합격 연락이 왔다던지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등 내가 기다리던 좋은 소식 왔을 때 느끼는 감정을 기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즐거움은? 즐거움은 모든 행복을 최고점을 찍는 감정이다 기쁨은 시작이라면 즐거움은 그 끝에 도달하는 감정. 그래서 즐거움이란 감정은 기쁨이 유지되면서 흥이 올랐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들었다.
재밌는 건 감정 연기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이 희와 락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분노와 슬픔은 저 사람이 화가 났고 슬프다는 게 조금의 액션을 통해 느껴졌다. 그러나 기쁨과 즐거움은 내가 어떻게 기뻐했고 즐거워했는지 전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애를 먹었다.
실제로 처음 그 기쁨을 표현해서 연기를 했을 때 나는 기쁨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기뻐하고 좋아하는지. 그걸 알게 되는 건 시간과 경험이었다.
제일 먼저 거울을 보며 내가 기쁘거나 즐거울 때 어떻게 표정을 짓는지 관찰했다. 처음은 매우 낯설고 어색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점점 입가에 미소 짓는 게 자연스러워지며 어색함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웃을 때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며 좋은 연락을 받았을 때도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니 내가 기쁨과 즐거움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이게 되었다.
꽤나 오래 걸린 시간이었지만 나라는 사람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거 같아 탐구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즐거울 때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다. 그러다 감정이 격해지면 박수를 치고 복식호흡으로 소리를 내며 웃는데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재밌는 놀이를 하면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쁠 때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둥실둥실 튕기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한다. 그 모습은 마치 아저씨가 신나서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의 모습을 알게 되니 훗날 연기를 하면 이를 써먹어볼 수 있는 생각이 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보였다.
기쁨과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가능성도 깨우치게 되며 내가 할 수 있단 자신감도 생겼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자신감은 감정에 대해 알고 나서야 비로소 내게 문을 열어준 셈이었다.
이 경험을 해보니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살아가면서 나는 과연 어떻게 웃으며 기쁨과 즐거움을 표현해 볼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 모습을 제대로 찾을 때 비로소 기쁨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