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통해 보인 나의 기쁨
짐을 풀고 조명을 설치하며 오랜만에 만져본 조명은 잊고 있었던 무대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었다. 어떤 식으로 조명빛을 비출지 어떻게 비춰야 더욱 예쁘기 그려질지 작동은 잘 되는지 이것저것 해보며 리허설을 해보고 나서 본 공연을 들어갔다.
내가 잡은 조명은 핀조명으로 무대에 선 배우를 포커싱 해서 밝게 비춰주는 역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으면 안 되는 조명. 나는 이 조명을 가지고 지시에 따라 빛을 쐈는데 환하게 비친 조명 안에서 학생들이 연기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떨리고 긴장되었지만 무대에 올라선 게 신났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호기심에 시작한 처음 그 모습, 이 아이들도 분명 처음은 호기심에 시작했겠지.
조명빛 아래에 서면 모든 이목에 나에게 집중되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나도 조명이 비치니 잠재워 있던 끼가 발산되어 어떻게든 활약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명을 비추며 아이들을 바라보며 잠시 회상을 하니 어린 시절 무대에 올라섰던 설렘이 올라왔다. 나도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대에 올라간 학생들을 보니 풋풋한 설렘이 찾아왔다 갔다.
공연이 다 끝나고 무대를 정리하며 조명을 철수했을 때 잠시 무대 위에 올라와 바라보니 어렴풋이 혼자 무대에 섰던 모습과 관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관객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내가 관객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과연 어땠을지.
그때를 회상하면 무섭고 두려운 감정보다 설레고 흥분되고 즐거운 감정이 떠오르는 거 보면 나에게 무대는 기분 좋은 곳이었던 거 같다.
언젠가 이 아이들도 연극, 연기라는 것에 꿈이 생겨 그 길로 나아가게 된다면 후회 없이 나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