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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5. 그대여 잠깐

by 조유상

바람 선득해진 가을날

바삐 걷는 그대여

무에 그리 바쁜가

나뭇잎 하나에 비추인

햇살 한 줌 보게나


내 등걸 살결 한번 쓰다듬고

구불구불 자라느라 애쓴

휘어진 허리 한번 두드려 주세나


뿌리인 듯 옆으로 누워

팔다리 잘린

내가 보이는가

둥글게 파인 구멍마다

싹터오는 애기 풀꽃 보았는가


두 다리 달렸다고 서둘러 달려가야

내려올 때 다시 터벅 걸음 일세


잠시 내 등걸에 앉아 이야기나 나눠보세

다리 쉬고 바람 향기 맛보시게

내게 깃든 이끼 한번 보시려나

보드라움 만져보고 움푹 패인 내 구멍에

그대 상처 담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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