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목련, 봄을 기다리는 단단한 무장
나, 너를 보며
봄에 빗장이 걸려 있던가
'겨울' 하고 발음하면 속으로 쑥 들어가는 마음
'봄'이라 속삭이면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는 마음
마음이란 것은 형체도 없건만
수시로 들어갔다 나오고
공기처럼 잡을 수도 없다
달라진 공기는 뺨으로 만져지고
달라진 기운은 몸을 움직이게 한다
움직이는 몸을 따라
공 굴러가듯 천천히 굴러가는 마음
마음이나 몸이 누가 먼저냐고 묻는 건
닭과 알, 그 우선순위를 가리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으려나
그래도
그래도
나는 너를 보며 빙그레 웃고 있다
너, 나를 보며
지금 잠들었던 몸이 깨어날 때라고 알려주는
우주의 시간이 열린다
두툼한 외투 안에 외피도 입고
외피 안에 혹시 몰라 속 패딩도 입었다
한 번 벗은 옷 다시 주워 입진 못하는
손이 없는 나는
속절없이 봄을 맞는다
무탈하기 바라지 않는다
단 한 번도 무탈해 본 적 없는 봄
봄은 그리 속절없이 온다
서리로 뺨 때리고도 오고
비로 적시며 오기도 한다
환한 햇살만 있을 운 좋은 봄은
벼락 맞을 확률로만 오는데
그래도
그래도
나는 무장을 해제하고야 만다
기어이
우리는 드디어
허공에서 눈을 마주친다
맞이하고
품어 안는다
품 안에 그득해지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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