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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발라드 Dec 16. 2022

지극히 사적인 파리

5. 프랑스 워킹홀리데이_룸메이트

 프랑스에서 첫 집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찾은 파리 외곽에 위치한 셰어 하우스 형태의 아파트였다. 당시에는 프랑스인 룸메가 있다는 사실에 집도 보지 않은 채 덜컥 한국에서 먼저 계약하여 뒤늦게 걱정을 시작했다. 파리 숙소 괴담으로 쥐와 바퀴벌레는 물론이고 현관 문짝을 뜯어가는 도둑에서부터 물 새는 천장까지 장르불문 각양각색 이야기가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실제로 오래되지 않은 깨끗한 아파트라 한시름 놓았었다.


 꼴로(= 하우스 메이트)는 한국인 유학생 두 명과 프랑스인 한 명으로 세 개의 방 중 가장 큰 방을 프랑스인과 함께 쓰게 되었다. 하지만 누가 룸메가 프랑스인이면 불어가 저절로 향상될 것이라고 했던가. 다들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현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소심한 내향형 인간인 나는 같은 방을 쓰는 룸메와도 내내 어색했다. 그래도 꼴로 넷이 시간이 맞으면 같이 장도 보고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타향살이 외로움을 조금씩 달랠 수 있었다.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꼴로까시옹(= 셰어 하우스)을 하니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에 좋았다. 사진학도 H언니는 전시 정보, 재즈 피아니스트 M 언니는 공연 정보, 공항 면세점에서 일하는 룸메 J는 직원 할인 정보, 나는 한국 여행객 인기 아이템 정보를 공유했다. 주말에는 각자 친구들을 초대하여 저녁 파티를 열기도 하고 매달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도 함께 다니며 날마다 축제인 파리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M언니가 한국으로 귀국하는데 그 자리에 다음 꼴로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남은 사람들이 빈 방의 집세와 공과금을 모두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주변을 수소문하여 알아보았지만 이미 다가온 방학 시즌에는 새로운 꼴로를 찾기 쉽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룸메 J가 방세를 내지 않겠다며 거실에서 숙식을 하기 시작하여 문제는 더욱 커졌다.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한 우리는 아파트를 나와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당시 메인 계약자였던 H언니는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 악몽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기억 속 나의 파리 첫 보금자리는 여전히 따뜻하다.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추억은 그곳에 머물고 있기에 행복한 것은 아닐까. 다가올 과거, 오늘도 반짝이는 날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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