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의 정서와 전후 재건의 역사
불에 구운 작은 닭고 꼬치 하나에 에도시대 서민들의 삶부터 전후 재건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닭고기 한 점, 소금 한 꼬집, 숯불의 연기가 어우러진 ‘야키토리(焼き鳥)’는 일본을 대표하는 길거리 간식들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일본 대중 식문화의 진화와 인간의 지혜가 녹아든 소박한 예술입니다. 오늘은 야키토리에 관련된 짧은 이야기들과 함께 그 속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에도(江戸) 시대의 꼬치구이로 시작된 야키토리의 역사는 16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도(현 도쿄) 동쪽의 장터와 신사 앞 포장마차에서 '츠쿠네(연근살 완자)', '하츠(염통)', '레바(간)' 같은 내장 부위를 꼬치에 꽂아 소금만 찍어 팔던 것이 흔히들 지금의 탸키토리의 전신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당시에는 육식이 사회적으로 용인받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때문에 닭고기가 무척 귀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야키토리의 뿌리는 에도 시대로 보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등장한 '타레' 소스는 야키토리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간장·미림·설탕·청주의 배합한 소스인 '타레(たれ)'는 1868년 이후 서구 육식문화가 유입되며 개발되었어요. '시오(塩)'와 '타레'를 선택해 먹는 방식이 확립되며 맛의 폭이 넓어졌고, 이자카야(居酒屋) 문화와 결합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라는 점에서 야키토리가 다시 주목받았어요. 식량 사정 때문에 소금이나 설탕 대신 사카린을 뿌려서 구워내기도 했죠. 이때쯤 양계 및 축산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원재료 수급이 한결 간편해졌다는 점도 한몫했어요.
현대에는 서민들의 소울 푸드로 자리잡은 건 물론, 파인 다이닝 등 미식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1970~80년대 도쿄 신주쿠·시부야 일대에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2000년대 들어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야키토리 전문 가게가 선정되기도 하는는 등 고급화·다변화되었어요.
일본 전역에서 야키토리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토리'가 보통 닭을 일컫는 표현이기 때문에 닭고기 꼬치로만 알고 계시는 경우도 많지만, 오늘날에는 돼지/소/말 등 고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꼬치구이 전체를 통틀어 '야키토리'라고 뭉뚱그려 부른다고 해요.
지역마다 특색이 있지만 크게 관동(동일본)과 관서(서일본) 스타일로 나뉩니다. 관동에서는 닭머리·연골·내장 등 가벼운 내장 부위를 많이 쓰고, 소금구이(시오) 중심입니다. 반면 관서에서는 뼈째 썬 닭봉·허벅지살 등 살코기 위주로, 달큰한 타레구이가 강세를 보여요.
야키토리는 희한하게도 사회적 금기와 맞닿아 있는 일화가 많습니다.
앞서 짧게 언급한 바와 같이, 에도시대 일본은 불교와 신토 사상의 영향으로 육식을 금기시했습니다. 특히 소, 말, 개, 닭 등 ‘사내(四足)’의 고기를 먹는 것은 오랜 기간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죠. 하지만 도시 빈민과 노동자층 사이에서는 몰래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가 퍼졌습니다.
재미있게도 닭고기는 비교적 ‘작은 생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소보다 죄책감이 덜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조금만 먹는 건 괜찮다는 식의 암묵적 타협이 생겼습니다. 당시 에도(오늘날 도쿄)의 뒷골목에서는 숯불을 피워 타레 소스를 발라 닭고기를 구워 파는 비공식 포장마차들이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몰래 야키토리를 즐기다 ‘채식 위반’으로 파면당한 사건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일부 절에서는 닭고기를 ‘산나이(山内, 산속의 고기)’라는 완곡어로 부르며 슬쩍 먹기도 했다고 전해지죠.
이후 시간이 흘러 관동 대지진과 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인해 도시가 폐허가 되었을 때, 포장마차 상인들이 닭을 몰수당하지 않으려고 소금에 절여 몰래 지하 저장고에 숨겼다가 나중에 꼬치구이로 부활시켰다는 설이 있어요. 전후 야키토리집의 성장은 육계 산업의 발전 및 저가 음식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이 정설로 꼽히고 있지만, 이러한 설도 유력한 요인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어요.
야키토리는 수백 년간의 일본 서민 문화의 생존 기술이자, 현대인의 일상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입니다. 불꽃 위에서 띄우는 노련한 손놀림과, 고소한 연기 사이로 비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이 음식의 진정한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죠.
야키토리는 불과 숯, 닭고기와 소스의 과학적 조화 위에, 수백 년의 서민 문화와 인간미가 겹겹이 쌓여 탄생한 작은 예술입니다. 꼬치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듯, 오늘도 누군가는 그 작은 꼬치 하나에 하루의 위로를 얹어 한입 베어물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