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출발전에 생긴일
좌충우돌 우리들 이야기(정신장애 공동생활가정)
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정신질환으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나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공동생활 가정이다. 또한 자립을 위한 중간 단계시설로서 최소 3명 많게는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정신장애인의 이해와 시설의 편견을 해소하고자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큰 용기를 내어본다. 우리 공동생활가정은 미영 씨, 유진 씨, 다혜 씨가 산다.
오늘 지역사회의 스마트폰 사용 관련 세미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난 유진 씨는 식사와 해야 할 일들을 마쳤다. 8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이부자리 위에 누워 꿈쩍 않고 누워있다.
출발 준비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유를 물으니 대답하지 않는다, 가기 싫은지를 다시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주최 측에 연락해 놓은 상태이고 집에 혼자 있게 하기에는 불안하여 계속해서 설득하였다. 여전히 거부적인 태도를 보인다.
덩달아 다혜 씨도 집에서 늘 입었던 얼룩이 묻은 옷을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전날 나에게 갈아입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갈아입기를 완강히 거부한다.
나도 초강수를 두고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고조된 흥분된 마음, 화가 난 마음, 힘든 마음을 해소하기 잠깐 밖으로 나갔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했지만 감정으로 화를 낼 것 같았다.
진짜 전문가는 소진이 없어야 한다는데 이러한 상황에 빠지면 정신적으로 힘들다.
그들의 증상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야겠지만, 24시간 가족처럼 생활해야 하는 나에게는 종종 버겁다는 생각이 들 곤한다.
잠깐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영 씨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도 많이 신경 쓰인 듯하다. “고맙다”라고 말해주었다. 빙그레 웃는다.
유진 씨 방으로 갔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마음이 울적해서 그런지 다시 한번 자세히 물어보았다.
한참 후 “마음이 우울하다”라고 한다.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나가서 공연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기분이 좀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하자 그제야 갈 준비를 한다. 먼저 밖에 나가 기다렸다. 전화가 왔다.
마음이 또 바뀌었는지, 가지 않겠다고 한다. 나도 더 이상 도 고집하지 않고, 잘 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미진 씨, 다혜 씨와 집을 나섰다.
귀가 후 그녀는 게시판에 붙어 있는 사진을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기분 좋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그제야 난 안심이 되었다.
한 옷을 지속적으로 입으려는 이유,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진짜 이유 등이 있을 것이다.
옳다고 하는 기준에 맞추어 그 기준이 절대인 것처럼 여겨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상대도 나도 괴롭힌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