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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 파고든 AI 툴들

AI가 묻는 시대, 디자이너는 무엇을 답할 것인가

by 김석민

AI 도구들이 실무에 본격 도입된 지 어느덧 수년이 흘렀다.

초기의 실험적 시도들이 이제는 필수 워크플로우로 자리 잡았고, 각 도구별로 고유한 강점과 명확한 한계가 드러났다. ChatGPT는 전략적 사고의 보조 도구로, Midjourney는 시각적 아이디어 생성의 출발점으로, Figma AI는 시스템 관리의 효율화 도구로 정착했다.

하지만 도구 하나하나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느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미지 생성 AI의 실무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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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journey vs Stable Diffusion: 접근 방식의 차이

Midjourney의 직관적 접근 Midjourney의 발전 속도는 놀랍다.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학습하고 일관된 비주얼 언어를 구축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직관적이고 빠른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Stable Diffusion의 정밀 제어 Stable Diffusion은 다른 접근을 취한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더 높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고, 특정 스타일이나 브랜드에 특화된 모델을 직접 훈련시킬 수 있다. 특히 ControlNet과 같은 확장 기능을 통해 구도, 포즈, 색상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실무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두 도구의 차이는 접근 방식에 있다. Midjourney는 빠른 아이디어 검증에, Stable Diffusion은 정확한 결과물 구현에 더 적합하다. 프로젝트의 성격과 요구사항에 따라 선택해야 할 도구가 달라진다.

실무 적용의 핵심 과제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생성된 이미지의 품질이 아니라, 그 이미지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정확성이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사용할 때, 그 이미지가 갖는 시각적 임팩트와 실제 구현 가능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전문 영역별 이미지 생성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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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a

컬러 시스템의 개인화 Khroma는 개인의 색상 선호도를 학습해서 맞춤형 팔레트를 제안하는 도구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트렌드 컬러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과거 선택 패턴을 분석해서 일관된 컬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화된 추천이 항상 프로젝트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과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정체성, 그리고 타겟 고객의 반응은 모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도구의 추천을 맹신하기보다는, 왜 이 컬러 조합이 이 맥락에서 효과적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Mokker

이커머스 비주얼의 자동화 Mokker는 제품 사진의 배경을 자동으로 변경하고 다양한 컨텍스트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특히 유용한데, 하나의 제품 사진으로 수십 개의 마케팅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와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다른 문제다. 예쁜 배경과 의미 있는 배경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제품이 놓인 맥락이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다.


영상 생성 AI의 혁신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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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way vs Sora: 영상 생성의 새로운 지평

Runway의 실무 적용성 Runway의 비디오 생성 기능은 특히 소규모 팀에게 게임 체인저다. 기존에는 별도의 영상 제작팀이나 외부 업체가 필요했던 작업들을 디자이너가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Sora의 패러다임 변화 Sora의 등장은 영상 생성 AI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1분 길이의 고품질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은, 영상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특히 복잡한 장면 연출이나 물리 법칙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움직임까지 구현할 수 있어, 기존 도구들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공통된 한계와 과제 하지만 두 도구 모두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 기술적 완성도와 스토리텔링의 깊이는 별개의 문제다. AI가 생성하는 영상은 시각적으로는 매끄럽지만, 브랜드 스토리나 제품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Sora의 경우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라 실무 적용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획이 더욱 중요해진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그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디렉팅 능력이 핵심이 된다.


텍스트·카피 생성 AI의 실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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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전략적 사고의 파트너십

ChatGPT를 단순한 텍스트 생성 도구로 보는 관점은 이미 낡았다. 현재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사용자 여정 설계, 경쟁사 분석,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의 가설 검증까지 함께 논의하는 전략 파트너에 가깝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명확하다.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추론은 뛰어나지만, 시장의 미묘한 변화나 브랜드가 가져야 할 독특한 관점은 포착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 시장의 특수성—세대별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플랫폼별 사용자 행태의 차이—같은 맥락적 요소들은 여전히 경험으로만 채울 수 있는 영역이다.


Copy.ai: 브랜드 보이스의 일관성

Copy.ai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 톤을 학습해서 일관된 카피를 대량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캠페인의 경우, 각 채널별 특성에 맞으면서도 브랜드 메시지는 일관되게 유지하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

문제는 '일관성'과 '획일성'의 경계다. AI가 생성하는 카피들이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고, 예상치 못한 창의적 돌파구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결국 브랜드가 어떤 순간에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자인 시스템·인터랙션 AI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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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ma AI: 시스템 설계의 자동화

Figma AI의 진짜 가치는 단순한 작업 자동화가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의 일관성 유지에 있다. 컴포넌트 자동 생성, 레이아웃 최적화, 반응형 구조 제안까지. 디자인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그 효용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AI가 제안하는 구조가 실제 개발 프로세스와 얼마나 호환되는가다. 디자인 관점에서는 완벽해 보이는 컴포넌트 구조가 개발팀의 아키텍처와 충돌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결국 도구가 만든 효율성을 실제 협업 구조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이 별도로 필요하다.


Framer AI: 인터랙션 디자인

Framer AI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분명하다. 복잡한 인터랙션을 텍스트 명령어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특히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 큰 시간 절약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인터랙션들이 오히려 사용자 경험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매끄러운 애니메이션이 항상 좋은 사용자 경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제 어떤 인터랙션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전체 서비스 경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통합 플랫폼의 등장과 생태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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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va Magic Design: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자동 적용

Canva Magic Design의 강점은 브랜드 에셋을 자동으로 적용해서 일관된 디자인을 빠르게 생성한다는 점이다. 특히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정립된 프로젝트에서는 상당한 효율성을 제공한다.

문제는 창의적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이다. 기존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시각적 언어가 필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 일관성과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Envato AI Lab: 통합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Envato AI Lab은 VideoGen, ImageGen, VoiceGen 등 다양한 생성 도구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했다. 워크플로우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한계도 있다. 각 영역별 전문 도구들에 비해 깊이가 부족할 수 있고, 결과물들이 비슷한 스타일로 수렴될 위험이 있다. 편의성과 전문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AI 시대 디자이너의 진화된 역할


이 모든 도구를 경험하면서 확실해진 것이 있다. AI는 실행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지만, 동시에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요구한다.


전략적 설계자로서의 역할

과거에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었다면, 지금은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AI 도구들이 제안하는 수많은 옵션 중에서 프로젝트의 본질에 맞는 것을 선별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되었다.


맥락 해석자로서의 책임

AI는 패턴을 학습하고 결과를 생성하지만, 그 결과가 특정 상황에서 왜 적절한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결과물을 프로젝트의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조정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새로운 책임이다.


브랜드 경험의 총괄자

개별 도구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적화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 경험으로 통합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부분의 완성도가 아니라 전체의 조화를 책임지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결국 남는 것은 판단력

모든 AI 도구를 활용해봤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이 디자인이 해결하려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이 경험이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는 명확한가?" "이 결정이 비즈니스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AI는 '어떻게'에 대한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한다. 하지만 '왜'와 '무엇을'에 대한 답은 여전히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

2025년의 디자이너는 도구의 사용자가 아니라 도구의 디렉터다.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선택지들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연결점에서 비로소 디자인의 진짜 가치가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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