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세레나데
낙옆을 태우면서
ㅡ이별의 세레나데ㅡ
전진식
지독한 사랑을 했다
"안돼요 안돼"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다
낙엽을 태우면서 잊는다는 것으로
하나
둘
육신을 둘러 싼 껍질을 벗겨본다
냄새가 배인 내의를 벗었고
세탁기 소리가 요란했다
책상 주변에 잡다하게 흩어진 그 사람의 흔적이 보여서 진공청소기도 돌렸다
흡입되어 소멸되는 기억의 잔재들이 필터 망 속으로 잉잉거리는 소리로 들렸지만
귀를 꼬옥 막았다
컴퓨터에 내장된 언어들을 모두 끄집어 내고
지우개를 들었다
목욕탕에서는 전신에 덮인 때를 벗겨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바닥에 떨어진 땟자국은 애벌레가 꿈틀거리는 형상으로 보였으며
눈을 감아버렸다
낙엽을 태우면서
매운 연기에 눈물이 났다
세상 다 그런거야
정원 모퉁이에 썩어가는 고목나무을 뽑았고 엄청 큰 구덩이가 생겼다 새순이 막 돋아나는 묘목을 심었는데 파아란 초원이 보였고
만발한 꽃들도 보였다
물뿌리개를 들고 봄마중 가면서 무지개도 보았다
202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