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고독
청정 김병효
차고 시린 허공이 종말처럼
춥다
어디쯤,
파리하게 떨던 새하얀 명태는 감정조차 숨죽이고 신음을 삼킨다
움츠린 발자국들
스스로 입술을 봉인한 채 혼자 걷는 굴곡진 골목길 위에서
야윈 계절은 싸늘하게 낮게 낡아간다
발효되지 못한 시간은 처마 끝 풍경소리처럼
제 몸 두드리며 몸살을 앓는다
살아가는 것이
몇 겹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아찔한 공허 같아서
우리는 어쩌면 그 거리 풍경風景속에서 나팔꽃인 양 그대 어깨에 기대며 살아가지
더 절박한 우리라는 질문들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