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
청정김병효
사라지지 않는 생각 하나가
기억을 더듬어
빛바랜 화첩을 그리려 시간 속으로 들어선다
바람이 헹궈진 높다란 낙풍루의
민낯
돌 틈, 이끼는 흘러간 시간을
덕지덕지 움켜쥐고
첫닭 울음소리
돌담길에 남빛 새벽이 열리고
머물지 못한 옛사랑이 희미하게 쪽창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지난 추억, 숨소리마저
멈추어 버린 우물가엔 아직
그 웃음 들릴 듯 멀어져 간 시간
처마 끝 주름살처럼 걸려있는 노파의 한숨 소리가 보릿고개를 핥는다
긴 사연 이고 가는
바람 한 자락이 담벼락에 속마음 털어놓고
초가지붕 위 알알이 떨어지는 햇살의 흔적들
쌍청루 성곽길 고요한 풍경
노을 한 아름 안고 낮달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