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청정김병효
넝쿨을 끌어당긴다
어디쯤 뽀얀 안개가 산 능선에 걸쳐져 있고 지난날 봄, 꽃잎이 낙화한 자리
알찬 햇살을 뜰 안 가득히 들여놓고
삭힌 시간,
무성히 꽃피우던 나뭇가지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나던 진홍빛 기억이 되살아난다
오뚜기처럼 일어선 그 옛날
눈자위가 붉어지도록 길러온 빛의 생명
기른다는 건
짧고도 긴 그림자 같은 줄 몰라
푸른 하늘에 걸친 가지 끝에는
짧은 하루가 빛을 거두는 시간
때까치 입속에 노랑 가을이 가득하다
거뭇한 맨살로 무성히 꽃피우던 숱한 발걸음 소리가
천년처럼 긴 엄마의 풍금 소리 같은 향기가 확 번져간다
붉은 가을이 한 잎 한 잎
떠내려간다
오늘 감국 차는 덤 같은 선물,
겨울 부르는 바람
며칠째 내리는 비가 허기진 가슴에 그득하다
양각처럼 돋아나는 인생의
질긴 뿌리가
또 다른 쪽빛 바다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