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효 Feb 22. 2022

반추

반추反芻


                   청정김병효


넝쿨을 끌어당긴다


어디쯤 뽀얀 안개가 산 능선에 걸쳐져 있고 지난날 봄, 꽃잎이 낙화한 자리

알찬 햇살을 뜰 안 가득히 들여놓고

삭힌 시간,


무성히 꽃피우던 나뭇가지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나던 진홍빛 기억이 되살아난다


오뚜기처럼 일어선 그 옛날

눈자위가 붉어지도록 길러온 빛의 생명

기른다는 건

짧고도 긴 그림자 같은 줄 몰라


푸른 하늘에 걸친 가지 끝에는

짧은 하루가 빛을 거두는 시간

때까치 입속에 노랑 가을이 가득하다


거뭇한 맨살로 무성히 꽃피우던 숱한 발걸음 소리가

천년처럼 긴 엄마의 풍금 소리 같은 향기가 확 번져간다


붉은 가을이 한 잎 한 잎

떠내려간다

오늘 감국 차는 덤 같은 선물,

겨울 부르는 바람

며칠째 내리는 비가 허기진 가슴에 그득하다


양각처럼 돋아나는 인생의

질긴 뿌리가

또 다른 쪽빛 바다를 꿈꾼다

작가의 이전글 낙안읍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