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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효 Feb 24. 2022

게으름이 새다  ㅡ 누수

게으름이 새다

ㅡ 누수


                       청정김병효


이 깊고 긴 겨울

무너질 듯 휘젓는 칼바람에 버티던 상수도가 오롯이 감당을 못한 채 신음을 삼킨다

게으름의 몇몇 날

검침원의 으름장처럼 툭 뱉는 말 한마디, 어디쯤 철 철 철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돈이 새고 있다고 한다

맙소사!

번개처럼 기술자를 불러 몽키로 몸을 해체한다

그 오랜 시간

퇴적된 살점들

녹슨 상처를 제거한 뒤 꼭지를 봉합하는 순간,

흥건했던 흐느낌이 고요히 사그라든다

이제는 계류의 소리가 멈추었다  고통이었을 시간

눅눅했던 몸

참 많이도 참아냈다

게으름의 파리한 주검 앞에

나의 양심을 고백한다


내가 죄인이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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