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새다
ㅡ 누수
청정김병효
이 깊고 긴 겨울
무너질 듯 휘젓는 칼바람에 버티던 상수도가 오롯이 감당을 못한 채 신음을 삼킨다
게으름의 몇몇 날
검침원의 으름장처럼 툭 뱉는 말 한마디, 어디쯤 철 철 철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돈이 새고 있다고 한다
맙소사!
번개처럼 기술자를 불러 몽키로 몸을 해체한다
그 오랜 시간
퇴적된 살점들
녹슨 상처를 제거한 뒤 꼭지를 봉합하는 순간,
흥건했던 흐느낌이 고요히 사그라든다
이제는 계류의 소리가 멈추었다 고통이었을 시간
눅눅했던 몸
참 많이도 참아냈다
게으름의 파리한 주검 앞에
나의 양심을 고백한다
내가 죄인이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