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 끼워뒀던 마지막 남은 알프라졸람 한 알이 계속 생각났다.
실은 어제 저녁에 이미 먹고 싶었는데, 집에 혼자 있을 땐 조금 나으니까 오늘 오전에 출근하고 먹었더랬다.
알프라졸람을 먹으면 몽롱해진다. 술을 마신 것처럼 좀 어지럽기도 하다. 편안히 잠들기 전의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어느덧 불안감은 사라진다. 이 기분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나는 결국 삶에서 적당한 긴장감과 불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의사 처방 대로 필요할 때만 먹는다.
필요할 때라는 것은 이전의 경험 덕에 이제 느낌으로 안다. 지난 봄의 나처럼, 일하다 울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울고, 집에서 혼자 통곡하게 되기 전에. 자꾸 울고 싶고, 몸이 지나치게 피곤하고, 초조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아무리 쉬고,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를 바란다. 뇌가 고장난 것이다. 약으로 쉽게 고칠 수 있다.
오늘 다시 내 기분이 좋아진 건 약 덕분이기도 하지만, 내 일에 대한 성과가 마침 좋게 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푹 잘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