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기 할일을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다.
오전 아홉시쯤. 더 눕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일어났다.
아침을 먹어야 움직이게 되므로, 짜파게티를 끓여 먹었다.
그리고 밝은 색 빨래와 어둔 색 빨래를 나눠빨았다.
테라스에 빨래를 너는데, 햇볕이 너무 강해서 살갗이 따끔거렸다.
빨래가 잘 마르겠다 생각했다.
밥을 먹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었다.
그럼 일을 하는 것은, 취미를 가지는 것은?
이렇게 생각이 깊어지는 건 좋지 않은 징조다.
약을 먹어야 했는데, 혼자여서 괜찮을 거라 자만한 결과다.
아무튼 나는 햇볕과 빨래를 등지고 그늘에 쪼그려 앉았다.
발밑에 작은 개미 한마리가 돌아다녔다.
길을 잃었나?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개미들도 보였다.
일렬로 줄지어 다니지는 않았다.
저마다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듯 움직였다.
각자 할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필요할 때는 협력하기 위해 줄을 지을 것이다.
개미에겐 거창한 목표가 있나?
먹이, 종족번식....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할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사람도, 나도
그냥 그렇게 자기 할일을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삶의 목표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할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다만, 거기에서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