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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Jun 22. 2024

회사 동료도 평생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마음이 맞는 사람 한 명쯤은

애석하게도, 내가 마음을 주고 친하게 지냈던 이들은 모두 퇴사했다. 나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 편인데도, 그들과는 마음이 맞아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한참 어리지만 생각이 깊으면서 활달하고 긍정적이었던 사람. 같이 있으면 햇살을 쬐는 기분이 들었다. 비뚤어지는 내 생각을 바로 잡아줄 때마다 고마웠었지. 목표가 있어서 딱 원하는 만큼 일하고 그만뒀다.


볼 때마다 이상하게 반갑고 놀리고 싶었던 사람.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와 참 티키타카가 잘 됐었다. 직책을 맡으면서부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게 고민을 토로하던 날이 많아졌었다. 그러다 병이 겹치는 바람에 퇴사했다.


비슷한 나이대라 공감할 것이 많았던 사람.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기를 좋아했다. 나도 배운 것이 많았다. 그러나, 사내정치에 의해 능력이 없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관두게 됐다.


쉽게 말하기 힘든 취미가 같았던 사람. 덜렁대지만 능력은 있었고, 희한하게 나 외의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잦았었다.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남에게 강요하는 편이라 내가 진지하게 주의시킨 후로는 나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아무튼 사내정치로 인해 더러워서 퇴사했다.


부사수였던 사람. 같이 일하기 때문에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었다. 공과 사는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하루종일 말로 하지 않고 메신저로만 대화해도 서로가 편했다. 내가 지나치게 꼼꼼해서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많아도 묵묵히 해줬다. 같은 또래여서 어울리는 회사 직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말 섞기 싫어서 관뒀다. (ㅋㅋ)


처음으로 내가 먼저 다가갔던 사람. 조용하고, 참하고,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그러나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그냥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챙겨주고 싶었다. 얼마전 이야기했던 핑크직원 때문에 그만뒀다.


약 4년의 기간 동안 친했던 직원만 무려 6명을 떠나보냈구나. 그중 한 명 빼고는 한 번씩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지낸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곤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의가 바르고, 상냥하고,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지금의 대부분의 동료들과는 친해지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이 회사에 남아있는 내가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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