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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킴 Sep 15. 2024

그래도 그도 나와 헤어질 때는 운다.

애써 외면하지만 나한테는 못 속인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울보였는데 한동안 안 울던 시기가 있었다.

매일매일 안 우는 내가 내심 자랑스러웠다.

그 울음보는 결혼을 하고 터졌다. 하도 울어서 나중에 내가 우는 앞에서 그는 웃으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내가 우는 앞에서 시부모님께 나는 잘 지낸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럼 너 울고 있다고 하냐고 하겠다만 그래도 우는 사람 앞에서 너무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심보가 못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울음이 터지는 건지.


작년에는 더 심하고 확실한 별거를 했었다.

헤어질 결심을 하고 짐을 싸고 나는 귀국을 준비했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의 영웅인 그도 이 인연의 끝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기가 힘든 두 인격체다.

아무리 사랑하고 의리가 있어도 내가 내 모습대로 살지 못할 때 이 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올해도 여전하다.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질 결심을 하고 똑같은 심장 떨림과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그도 애써 외면하지만 나한테는 못 속인다. 

일 하는 척 모니터를 주시하지만 그는 울고 있다. 

미세하게 벌렁거리는 코와 자꾸만 꾹꾹 침을 삼키는 목젖이 말해준다.

이렇게만 그의 진심이 전달 되는게 애석하다.


서로의 약점을 너무 잘 알아 상처도 쉽게 잘 준다.

어느 부분에서 눈이 돌아가는지 알고 그 부분을 항상 건드린다. 약속이란 잊힌 지 오래다.

나도 미친년이고 그도 미친놈이다.

내가 좋았을 때 그는 좋았던 척을 했던 거라고 한다. 날 위해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다. 그가 좋았을 때 나도 좋은 척했었다. 나도 그를 위해서.


헤어짐이 귀찮은 건 아닌지, 그래도 이뤄낸 성과들이 아쉬워서 미련에 잡히지는 않는 건지.

또, 홧김에 인생 결정을 섣불리 내리는 건 아닌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하고 요구만 하는 것은 아닌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나는 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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