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마다 자기 엄마 집으로 도망 들어가는 남편이 야속하다.
나는 도망치러 갈 친정도 비행기로 열네 시간 거리에 있는데
너무 가벼이 "너도 한국 가 있어". 라며 남편은 최선의 배려를 남기고 감감무소식이다.
어머님은 착하신 분이지만 나는 불만이 많다.
언제나 효도를 강조하시고, 내 편안함과 내 미래에는 관심이 없으시다.
자식은 다섯이나 낳아 놓으시고 내 남편, 첫째 아들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신다.
'그래.. 나 같은 외국인 며느리 삼고 싶지 않으셨겠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나의 성장 환경, 나의 생각, 나의 가족, 나의 문화, 나의 나라에 대해 주야장천 글이라도 써봤다. 시댁은 늘 함께 하기를 원하시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현실 감각 떨어지고 늘 수비적, 수동적인 모습들에 왜 이렇게 신물이 나는지 나도 모르겠다. 항상 속으로 혼자 구시렁거리던 말들을 글로 내려보니 논문이 되었다.
다 쓰고 보니 그냥 내가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잘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와 압박속에 혼자 수많은 조건과 이상향을 설정해놓고 그 틀에 모든 것을 우겨넣으려고 한것은 남편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