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극적인 감정들에 혼미해진 나머지 명상, 명상이랄 것도 없는 그냥 현재 내 감각에 의지해 시간을 보낸 게 참 오래됐다. 폭풍 같았던 지난주를 어찌어찌 보내고 나니 이번주는 그래도 살 만했다. 시간도 때마침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에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오더니 내 근처에 휴대폰을 충전하고 그 자리에 앉는다. 그림자부터 수상했다. 그 수상함은 그 사람이 근처에 오기 전부터 풍기던 냄새에서 온 것이었다. 결국 금방 자리를 뜨고 말았다.
계속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알림이 뜨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로만 추적인다.
영국튜터에게 영국 날씨가 좋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진솔하게 말한 것이었는데 튜터는 영국 날씨가 좋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좋아하기 힘든 날씨긴 하다. 여름에 후덥지근하지 않고 일 년에 열 달은 변덕거리는 날씨는 내가 살기 그냥 딱 적당하다.
유독 얼굴 주변에 중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서른다섯.
이렇게 늙어감을 매 순간 느끼며 더 어린 사람들을 보고 예뻐하고, 향기와 풍경에 문득 찾아오는 추억에 빠진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나간 것을 지나간 대로 잘 둘 것.
다시 불러온다고 해도 시간만큼 변한 내 모습은 그때의 그 맛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것.
지금을 잘 보내고 모험의지 충만한 자세로 거듭날 것.
에 나의 예민한 감각들을 이용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