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탈출은 공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집을 피하게 되는 진짜 이유

by 각선생


​퇴근길 지하철, 이미 몸은 방전되었습니다.

머릿속엔 오로지 '눕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막상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편의점 앞을 서성이고, 카페에 들어가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몸이 힘들수록 집으로 달려가야 정상인데,

왜 우리는 현관문 도어록 번호 누르는 걸 주저하게 될까요?
​당신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스스로를 보며

'내 성격이 원래 그런가? 역마살인가? 합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공간이 당신에게 보내는 간절한 SOS입니다.
​집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충전기'여야 합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설거지거리가 보이고,

소파 위엔 빨래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면 어떨까요? 집은 휴식처가 아니라 또 다른 '일터'가 되어버립니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그 풍경을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지친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집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시각적 노이즈(Visual Noise)의 공포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기운이 쭉쭉 빠지는 기분이 든다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영수증
​반쯤 열린 서랍장 사이로 삐져나온 옷가지
​바닥 여기저기에 놓인 물건들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뇌에 '시각적 노이즈'로 작용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뇌는 눈에 보이는 그 어지러운 정보들을 처리하느라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TV 화면 앞에서 잠을 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죠.

결국, 집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의 휴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정리는 ‘나를 대접하는 방식’
​집을 정리해야 할 타이밍은 '손님이 올 때'가 아닙니다. '내가 집에 들어가기 싫어질 때' 바로 그때가 적기입니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행위가 아닙니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시각적 소음을 차단하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무풍지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깨끗하게 비워진 식탁 위에 놓인 물 한 잔, 정돈된 침대 시트 사이에 몸을 뉘었을 때의 그 안도감.

그 안도감이 비로소 우리를 다시 내일로 나아가게 합니다.


​혹시 지금 집 앞 카페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큰 마음먹고 대청소를 하겠다는 욕심은 잠시 내려두세요.


대신 딱 세 가지만 약속하고 문을 열어보세요.
​현관에 흩어진 신발들을 나란히 놓기

(내일 아침 다시 나갈 나를 위해)
​싱크대 안의 컵 하나라도 씻어두기

(깨끗한 물 한 잔 마실 나를 위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의 시야만이라도 비우기

(지친 눈을 쉬게 할 나를 위해)


​번아웃은 마음의 문제이기 이전에 공간의 문제입니다. 당신이 집을 사랑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집도 당신을 온전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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