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최근 2-3년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정말 누구일까?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은 의문의 주체에 따라 다르다. 나의 직업이 궁금한 사람, 나의 지불능력이 궁금한 사람, 나의 정치적 성향이 궁금한 사람, 내가 그와 교류할 만할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를 제외한 타자는 나의 객관적 능력인 ‘상태’나 주관적 ‘태도’ 혹은 성향을 묻는 것이지만 질문자가 ‘나‘인 경우에는 이런 상태나 태도는 그 대답이 될 수 없다.
물론 타자가 내게 물었을 때에도 나 스스로 정확한 객관적 상태는 물론이고 자기의 성향이나 태도를 잘 몰라 대답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탁이나 소크라테스를 소환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 내가 저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도 스스로 잘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대답을 찾으려면 그나마 질문자의 의도 내지 목적을 헤아려서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에게 던지는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특별한 의도나 목적도 없다. 그야말로 내가 누구인지 궁금할 뿐이다. 외모를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내적 욕망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현재 있는 ‘나’라는 ’ 존재’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나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밖에서 졸고 있는 저 길고양이와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밥 해 먹고 배설하는 그냥 생명체이고 고양이보다 좀 더 큰 집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타자와 구별하기 위한 누구인지의 질문은 나와 타자가 모두 같다면 이런 질문도 무의미하다. 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물을 필요도 없다.
구별이나 차이를 찾는 것이 아니면 실체를 찾아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나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찾아봐야 할 것 같다.
II. 어릴 때부터 항상 문학에 대한 애잔한 목마름이 있었지만 재주가 없어서 드러난 적도 한 번도 없었고 생존에 급급해 이를 드러내 보려고 시도한 적도 없었지만 환갑이 지난 다음에야 그 갈증이 느껴져서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어 여기에 이 글로써 나를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나는 환갑이 넘은 시골출신의 대한민국 남성이고 직업은 법조인이다. 사법시험 합격 후 검사로 임관되어 24년가량 검사를 하다가 퇴직하고 로펌에서 7년 정도 일했고 작년에 그마저 은퇴하고 현재는 강화도에서 텃밭을 가꾸며 가끔 무료법률상담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자연인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가끔은 서울을 오가기도 하지만 이유 없이 강화도가 좋아서 주로 강화도에서 머물고 있다. 생업으로 변호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회에서 얻은 능력과 은혜가 있어 조금이나마 되돌려주려고 무료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강화에 머물면서 가끔 일기를 썼는데 제법 횟수가 많아져서 그중 일부를 ‘브런치‘에 저장해 두었다. 나에 대하여 더 궁금한 것은 저장한 일부의 일기에 있으니 좀 수고스럽겠지만 브런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너무 사적인 내용이라 남에게 보이는 것이 계면쩍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쓰는 일기이니 도리가 없다. 나이가 들면 숨길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어지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강화도 생활을 기록한 ‘강화도 일기‘를 계속 쓰면서 나만의 책도 만들어보고 싶고, 또 시골에서 자라 운 좋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로 생활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들을 글로써 남겨보려는 생각도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조금씩 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