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일을 위한 내 일'
Ep.07 _ Editor_김지혜
<워킹맘 리포트> 마지막 시간에는 엄마 빠진 엄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결국 우리는 '나'라는 정체성에 '엄마'라는 역할을 하나 더한 것일 뿐,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나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생각의 연장선에서 마지막 북 토크는 '엄마'보다는 '여성들의 일'에 집중한 책으로 선정했다.
< p.10_이 책은 위인전이 아니다. 진행형의 커리어를 쌓는 이들의 여정을 가능하면 과대 포장하지 않고 전하는 것으로 본분을 다할 수 있다고 믿으며 썼다. 전력을 다해 넘으면 넘을수록 더 높은 허들이 등장하는 듯한 날들에조차 노력한 만큼의 전진을, 향상을, 보람을 얻을 수 있다. 예상보다 자주 다른 사람의 지원을 받고 위기를 넘기게 되며 책 속의 사람 또한 당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당장의 먹을거리와 먼 미래의 비전을 동시에 궁리해야 하는 날들에 <내일을 위한 내 일>이 함께 고민하는 책으로 많은 이들의 가까운 곳에 자리했으면 좋겠다.>
책 속에는 대단히 성공하거나 특별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같거나 조금 앞서 걸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의 7명의 인터뷰이들과 <워킹맘 리포트> 4명의 메이트들의 이야기까지 더해 평범하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되는 레퍼런스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Q. 책의 전체적인 감상평과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가 누구였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눠주세요.
지혜 :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들을 심도 있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인터뷰를 읽으면서 역시 일에 대한 고민은 분야와 경력을 떠나서 누구나 하는 고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어떤 분야든, 경력이 얼마이든 '일을 잘한다는 것'은 그 일을 대하는 태도 즉 마음가짐이라는 걸 느꼈어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인터뷰이는 영화감독 윤가은 님이었는데요,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 분이 일을 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움 과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일을 할 때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가치라서 공감이 갔어요. 일을 하다 보면 나의 본모습보다는 사회화된 모습으로 행동해야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나답게 자연스럽게 일하고 싶다 라는 욕구가 있었는데 윤 감독님은 자신의 타고난 기질이나 특징들을 받아들이고 성향에 맞춰서 일을 만들어 가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혜나 :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먼저 이 책의 저자인 이다혜 작가님은 왜 여성들만 모아서 인터뷰를 기획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인터뷰 전반적인 내용이 특별히 '여성'에 포커싱 되어 있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정말 다양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그 일을 선택하고 꾸려온 과정들이 정말 남다르다고 느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는 바리스타, 전주연 님이었어요. 이유는 이 분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제 생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였는데요,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변화했던 생각이 인생의 타임프레임을 길고 크게 보자는 건데 이 분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도전을 계속해서 해 오셨더라고요. 10년 이상 오랜 시간 동안 같은 것에 도전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길게 달려오셨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은애 : 저도 혜나님과 같이 전주연 바리스타님이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요, 사실 저는 전주연 님이 일하고 계신 모모스 커피를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좋아하는 커피집이었어요. 시댁이 부산이라 갈 때마다 꼭 들르는 카페인데 그곳에 가면 직원들이 정말 즐겁게 일하는 게 느껴지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주연님이 하신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래서 모모스 커피의 직원들이 달랐구나. 라는걸 느꼈어요. 주연님이 생각하는 '동료'의 범주도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함께 일하는 동료는 물론이고 부산이라는 지역, 커피 산업, 더 나아가 커피 원두 산지의 농부들까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대가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제가 생각하는 동료의 범주는 어디까지였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크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고운 : 저는 경영인 엄윤미 님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인터뷰 중 무엇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이동하며 커리어를 성장시켜온 과정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어요. 저도 요즘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고,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인지 엄윤미 대표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커리어를 쌓아온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이 분이 회사를 다니면서 여성 기업가들과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회사 바깥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 걸 보면서 꼭 직업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Q. 책 속에서 나를 붙잡았던 문장을 하나씩 나눠 주세요. 그 문장에 머무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재능이 뭔지 깊이 고민했지만 답은 찾지 못했고 못하겠다는 생각을 서랍 속에 넣어둔 게 우리들 끝나고 였죠.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결심했어요 _ 영화감독. 윤가은>
지혜 : 제가 하는 일이 디자인 분야이다 보니 사회초년생일 때부터 '재능'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타고난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를 선망하고, 나도 저만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래 일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모두가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고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 아웃풋이 안 될 때는 아웃풋만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인풋을 조정해야 맞아요 _ 작가. 정세랑 >
혜나 : 저도 글을 쓸 때 고민했던 지점이라서 공감이 갔어요. 저는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걸 경계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길을 잃은 느낌이 들어서 한동안 그냥 책을 많이 읽었어요.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인풋을 조정한 거죠. 그랬더니 신기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더라고요. 남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구나를 몸소 느끼는 중에 이 문장을 만나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아요.
< 내 가치만 정하면 돌아가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 금방 이루지 못할 수 있어요. 나도 그랬고 그래도 가는 거지 뚝심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뚝심 있게 가다 보면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 거지. 범죄심리학자_이수정>
은애 :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들이는 노력만큼 결과물이 눈앞에 빨리 보이길 바라는데 그게 쉽게 보이지 않아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수정 교수님의 '뚝심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무척 와닿았어요. 결국은 누가 꾸준히 오래 하느냐가 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고, 나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분명하다면 뚝심 있게 계속해서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일하는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여정이 제각각이라는데 놀란다. 모두 자기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고 그만두고 만들고 옮기고 버티며 자리를 잡아간다. 작가_이다혜 >
고운 : 저희가 <워킹맘 리포트>를 통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서 기억에 남았어요. 이다혜 작가님이 다양하게 사는 여성들을 보면 꿈의 범위가 달라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 글을 읽을 독자들도 앞서간 엄마들의 다양한 일과 삶의 형태를 보면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책에서 7명의 인터뷰이들의 일에 대한 서사를 한 줄로 정의한 게 인상 깊었어요. 저희도 일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사람들이라 일을 대하는 생각을 한 줄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밥벌이와 꿈 벌이 그 사이 어디쯤에서 - 모먼트 디자이너, 김지혜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밥벌이와 꿈 벌이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할 것 같아요. 20대에는 밥벌이와 꿈 벌이를 흑백논리처럼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꼭 그렇지 만은 않더라고요. 두 가지 모두 나에게 너무 소중한 일이고 '어느 하나를 아예 놓지만 않는다면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밥벌이와 꿈 벌이', '일과 육아' 이 두지는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올 테지만 두 가지를 양손에 들고 적당히 조율하면서 계속해서 해 나가고 싶어요.
그때 세상의 필요에 맞닿아 있는 나의 면 - 마미, 서혜나
연속적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내가 가진 것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양한 일들을 찾아서 해 나가고 싶어요. 예전의 저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을 찾고 그 필요를 완벽에 가깝게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내가 가진 많은 장점과 능력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쓰일 수 있다면 다양한 일을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해요. 이런 생각이 제가 육아를 하면서도 일에 대해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
균형보다는 양립, 속도보다는 방향성 있는 완주 - 경험 수집가, 김고운
저에게 엄마와 가정이라는 건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디폴트이기 때문에 평생 가져가야 하는 인생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일과 육아가 5:5로 완전한 균형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속도보다는 방향을 맞추고 나의 페이스로 완주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싶어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해봐서 드는 것 - 오아시스, 조은애
돌이켜 보니, 제가 '해보기도 전에 안될 것 같은데..'라고 단정 짓는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엄마가 되면서부터는 '아이가 있으면 못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겠지, 일 외의 시간은 당연히 아이랑 보내야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되는 일이 더 많더라고요. 지금 이렇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요즘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저 자신에게 '진짜 안될 것 같아?'라고 한번 더 물어보고, 되는 방향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마치고 보니 '엄마'와 '여성' 두 가지 단어를 모두 빼도 어색하지 않은 '일'에 대한 대화들이 오갔다. 지금의 자리까지 오면서 했을 고민의 흔적들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 과정안에서 어느 시점부터는 '엄마'라는 역할까지 더해졌을 테니 얼마나 밀도 있게 삶을 살아왔을까? 회차를 거듭하며 대화를 나눌수록 네 명의 메이트들은 본인의 색깔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부지런히 고민하며 살아온 만큼 일도, 삶도, 육아도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옷으로 입고 있는 듯 보였다.
p r o l o g u e
마지막 시간인 만큼 북 토크를 마무리하며 프로젝트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낭독하고, 다른 엄마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건네고, 우리가 함께 한 시간으로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하게도 회고 내용이 거의 비슷했는데, 종합해 보면 네 명 모두 기존의 자신의 생각이 더 견고하고 선명해졌다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무언가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두 달간의 여정 동안 얻은 게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듯 들었다. 그러다 이내 생각이 전환됐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거였지.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고 나누면서 '다시, 나다움'에 대해 알게 됐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저마다 다른 관점과 신념을 가진 타인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생각을 확장하고, 나만의 고유함을 더욱 단단히 다지게 된 두 달 간의 여정이 분명히 우리를 한 뼘 더 성장시켜 주었을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네 명의 메이트들이 나 자신에게 하는 주문이자,
다른 엄마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들을 전하며 <워킹맘 리포트>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