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화 미국변호사 May 25. 2021

영화 "Sound of Metal"
사운드 오브 메탈

편견을 가격하는 새로운 울림

Source: official release poster of "Sound of Metal"

Sound of Metal (2019) 

편견을 가격하는 새로운 울림. 

- 2020년 개봉 영화 중 손꼽을 수 있는 수작   


        붉은 조명 아래 사력을 다해 드럼을 두드리는 루벤. 옆에서 절규하듯 노래하는 여성 보컬 ‘루.’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은 헤비메탈 음악을 하는 주인공 루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청력을 잃고 들을 수 없는 세상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로 전체적으로 약간 독립영화의 냄새를 풍긴다. 어떤 웅장하거나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 없이, 특별한 시각 효과를 위한 장치 같은 것 없이 루벤과 루의 이야기는 그들이 생활하는 캠핑카 혹은 길거리, 혹은 루벤이 추후 찾게 되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 숲 속에 위치한 청각장애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루벤의 1인칭 시점에서 그가 겪는 갈등과 갑자기 닥친 시련, 그 안에서의 새로운 관계 형성, 그리고 기존의 인간관계와 세상에 대해 그가 소통하는 과정과 태도, 그리고 이별 혹은 해방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이 영화는 중간중간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준다. 이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요소는 사운드, 연기, 그리고 이야기의 힘과 연출력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영화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음향/사운드의 편집을 매우 효과적으로 했다는 것. 즉, 청력을 잃는 루벤의 입장에서 어떻게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사운드 편집을 통해 잘 표현했다.  대사 없이, 소리는 차단된 채, 우리는 주인공이 느끼는 그 적막과 웅웅 거림, 그리고 들릴 듯 안 들릴 듯 웅웅 거리는 사라진 소리의 실체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흔히 많은 영화가 아름답고 감성적인 멜로디의 주제 음악의 사운드 트랙을 비디오 트랙에 맞추어 삽입함으로써 화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는 동시에 아름다운 소리를 듣게 하여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데 반해, 이 영화는 소리를 제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그 사운드에 귀 기울이게 하고 청력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그 심정을 더 긴밀하게 느끼게 한다. 둘째, 주인공 루벤을 연기한  배우 리즈 아미드의 연기, 그리고 리즈 아미드와 연인 역할을 한 올리비아 쿸, 두 캐릭터 모두 중독과 절망을 경험하고 가장 약한 내면을 알고 보듬어주는, 아픈 사랑을 하는 연인을 정말 있을법한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의 이야기의 힘이다. 즉, 흔히 짐작되는 고난과 극복을 이겨내는 뻔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고난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과 두려움,  또 청각장애라는 장애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 이런 과정을 긴장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 결과를 알 수 없이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의 긴박하고도 좌절 섞인 여정을 안타깝게 끌고 가는 플롯. 그리고 들을 수 없다는 상황이 극복해야 할 ‘장애’가 아니라 목소리가 아닌 사인 랭귀지(수화)로 소통하며 사는 ‘다른 문화’라는 관점을 이야기하며 어서 청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은연중에 바라던, 즉, 편협한 생각을 하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가격하며 새로운 울림을 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영화는 어떤 커다란 사고나 죽음 같은 비극적인 계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반대로 기적적으로 소리를 다시 듣게 되는 거짓말 같은 해피앤딩도 없다. 오히려 어떤 사고나 계기도 없이 갑자기 귀가 먹게 되는 상황의 표현이 일상적이되 충격적이다. 영화 도입부 우리는 루벤이 얼마나 열정적인 드러머인지 루벤과 루의 연인관계가 얼마나 특별한 지 알게 된다. 한밤의 라이브 바, 맨 몸에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드럼을 치는 루벤, 땀이 흐르는 그의 등 뒤에는 그의 귀에 꽂힌 이어폰의 케이블이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그가 두드리는 쿵쿵 쿵쿵 강력한 리듬과 함께 귀에 꽉 차도록 엄청나게 큰 목소리를 내뿜는 여성 보컬 ‘루’, 이 둘의 터져나갈 것 같은 메탈 연주와 전자음은 가히 터질 것 같은 불안함과 폭발적인 힘을 보여준다.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는 루벤. 먹고 자고 생활하고 이동하는 루벤과 루의 캠핑카. 연인을 위해 캠핑카 안에서 주스를 믹서기에 갈고 아침을 준비하는 루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루의 팔목에는 몇 번쯤 그어댄 칼자국의 상처가 보인다.   


        루벤은 다음 연주 일정 장소에 도착해 연주 시작 전 스텝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루벤이 온 힘을 다해 두드리는 드럼 소리는 귀가 꽉 막힌 느낌으로 물 밑에 잠겨 저 멀리 아득히 두두두… 하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캠핑카에서 눈을 뜬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소리를 창조하고,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는 일이 그의 열정이자 생업인 루벤에게 닥친, 청천벽력. 


 

Source: from Official Trailer of "Sound of Metal" 


        영화를 연출한 감독 Darius Marder 말에 의하면 주인공 루벤 역에 그는 ‘hungry’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맡을 루벤이라는 배역에 대해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고 한다. 즉, 드럼을 배우고, 대역 없이 바에서 직접 드럼을 라이브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하며, 수화를 배워야 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중압감과 부담의 두려움을 느끼되 이를 자기 것으로 온전히 소화해내는 탈바꿈의 연기를 원했다고 한다.  아카데미상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리즈 아미드는 영국 출신의 배우이자 래퍼로 감독이 원하는 이러한 탈바꿈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으나 이미 중독을 한번 경험하고 그 구렁텅이에서 나와 사회생활에 다시 복귀,  주인공 삶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메탈 음악과 연인 ‘루’.  그리고 전 재산인 캠핑카.  겨우 적응한 그 현실의 꿈이 다시 처절하게 자신을 져버리자 루벤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인다. 대사 없이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여러 장면들에서 그는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흔들리는 눈빛과 표정, 몸짓의 연기로 보여준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우리는 과연 루벤이 다시 소리를 듣게 될 것인지 기다리게 된다. 한편,  새로운 관계와 일상을 거부하는 그가 적응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또한, 다시 소리를 듣게 되고 연인과 다시 만나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우리의 생각이 정답이 아님을, 그리고 그 삶이 행복한 삶일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즉,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목소리 없이도 함께 즐거운 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면서, 갑자기 닥친 어려움과 시련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되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차선의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2021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 각본상 후보, 남우 주연상 후보, 남우 조연상 후보작. 편집상, Best Sound 상 수상. 2021년 British Academy Film Awards 에서 편집상, 사운드상 수상 및 다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상, 남우 주연, 조연, 각본, 사운드, 편집 부문 후보 및 수상]


Source: official release poster of "Sound of Meta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