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숙 특별전-서울공예박물관 전시 관람 후..
실 한 올의 시간, 빛으로 남다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특별전을 지나며
서울공예박물관 전시장 입구,
가볍게 걸린 한 장의 천이 먼저 말을 건넨다.
글자는 분명 눈앞에 있는데,
읽기 전에 공기가 먼저 바뀐다.
빛이 한 겹 부드러워지고,
발걸음은 이유 없이 느려진다.
보이지 않던 호흡이
그때, 비로소 느껴진다.
이곳은 무언가를 바라보는 자리가 아니라
시간이 스며드는 자리라는 것을.
-실에서 시작된 시간 감 꽃으로 빚어지다.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조용히 떠오른다.
마당에 떨어진 감꽃,
손에 쥐어진 두툼한 실,
꽃을 하나씩 꿰어 목에 걸던 느린 오후.
그 시간에는 이유가 없었다.
완성도 필요하지 않았다.
손이 움직이는 만큼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마음이 따라가던 순간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그 실은 철사가 되었고,
꽃은 구슬이 되었으며,
놀이는 작업이 되었다.
사라졌다고 믿었던 시간은
형태를 바꾸어 다시 돌아온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계속 살아간다.
#몸을 떠난 옷, 공간을 입다
전시는 어느 순간 다른 결로 전환된다.
드레스가 걸려 있다.
그러나 그 옷은
몸을 기다리지 않는다.
비어 있는 형상은 오히려 더 충만하다.
철사로 이루어진 드레스는
단단하면서도 투명하고,
가볍지만 깊은 시간을 머금고 있다.
빛이 스치면 선이 드러나고,
그림자가 겹치며
또 다른 형상이 만들어진다.
움직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흔들린다.
옷이라는 개념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풀어진다.
그것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흔들림, 관계의 언어가 되다
마지막에 이르면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한복의 선과 색, 여밈과 풀림, 치맛자락의 미세한 떨림.
그 모든 것은 형태가 아니라 감정으로 읽힌다.
묶이고 풀리는 순간,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거리,
스치고 지나가는 관계의 결.
그 안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온도가 담겨 있다.
완전히 고정되지 않기에
감정은 흐르고
관계는 이어진다.
그 미세한 떨림 속에서
삶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손의 시간, 이름을 얻다
오랫동안 손의 시간은 기록되지 않았다.
꿰고, 묶고, 엮고, 조용히 반복되던 움직임.
그 시간은 늘 일상의 뒤편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모든 순간들이 빛을 얻는다.
보이지 않던 시간은 형태를 갖고,
흘러간 기억은 공간 속에 머문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쌓여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여전히 이어지는 호흡
전시를 지나며
시간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손을 스쳐 지나간 순간들,
이름 붙이지 못했던 사소한 감정들,
흘려보냈다고 믿었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겹겹이 쌓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스며들고,
그 안에서 조용히 빛을 준비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흘러간 듯 보였던 순간들은 빛의 결로 드러난다.
기록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겹겹이 쌓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스며들고,
그 안에서 조용히 빛을 준비한다.
흘러간 듯 보였던 순간들은
어느 날 문득, 빛의 결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