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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Jan 15. 2024

아버지의 별장

◐ 아버지의 별장

1963년 6살 때 아버지는 시골 태행산 중턱에 토담집에 사셨습니다. 산 아래에 4칸 드넓은 대청마루가 있는 안채 행낭채와 창고를 갖춘 집이 있습니다만 맑은 공기를 만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산속에 집을 짓고 조림과 벌채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쌀 등 잘잘한 심부름 목록을 들고가서 하루나 이틀을 자고 다시 집으로 내려오곤 했습니다.

아버지의 별장이 있던 태행산에 산불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낮 동안 벌목을 하시고 그 나무가지를 철사줄에 매달아 산 아래로 내려보내는데 철사줄을 이용하였습니다. 산중턱 굵은 나무에 쇠줄을 맨 후 아래로 끌고 가서 다시 더 큰 나무 중간에 줄을 매달면 마치 가을날 방패연을 날리는 실처럼, 한옥의 추녀처럼 그 철사줄이 아름다운 곡선이 됩니다.

그리고 산 중턱에서 나뭇가지를 묶은 후 철사고리로 매단 후에 내려보내면 처음에는 천천히 가다가 이내 가속도가 붙어 내 달리다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다시 원만한 속도를 유지한 후 정지합니다.

위에서 10번 정도 내려보낸 후 잠시 쉬면 아래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이 매달린 나무등걸이를 풀러서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 이미 짚와이어 장치를 고안한 것입니다. 지금도 짚 와이어를 타고 내달리는 관광객을 볼 수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벌채한 나무등걸이를 실어 나른 것입니다. 조금 더 안전하다면 사람이 탈 수 도 있었겠지만 완강장치가 없으므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저녁에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작은 무쇠솥을 별돌에 걸고 그 아래에 잔 나무가지로 불을 때서 밥을 뜸 들였습니다. 사실 밥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무쇠솥, 솔잎과 소나무 잔가지로 불을 때서 밥을 지어야 합니다. 쎈 열기와 훈훈한 솔향이 어우러지는 맛있는 밥이 지어지는 것입니다.

여름에도 시원한 산속 시냇물속에 넣어둔 열무김치의 새큼한 그 맛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요즘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에서는 그 상큼한 맛을 찾기 어렵습니다. 

더러 조미료가 들어간 식당의 김치에서 살짝 그 맛이 나기는 하는데 완벽, 완전하지 않습니다. 역시 열무김치의 제맛은 적당히 익은 후에 산속 시냇물속에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삭기 직전의 신김치맛이라야 합니다.

그리고 산속에서 밤을 지내다보면 여러가지 동물을 느끼게 됩니다. 한밥중에 불빛 2개가 이리저리 돌아가니는 것은 삭이라는 동물이라 하고 족제비라는 날쎈 산짐승도 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렀습니다. 수년전에 태행산 자락에 가보니 군부대가 들어서서 더이상 들어가지 못하므로 추억의 토담집 현장에 접근이 안됩니다. 혹시 군부대 허락을 받아 들어가더라도 그 자리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여하튼 태행산은 수원 아래쪽에서 꽤 높은 산으로서 종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원 오산 봉담 비봉면 소재지 등 인근의 여러 마을이 한눈에 보입니다. 태행산의 추억은 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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