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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Jan 19. 2024

부러운 신규공무원

[2016년 1호봉 신규] 청량리 학원 영등포 학원에서 컵밥을 먹으며 밤을 지새워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 3修(수)만에 남양주시 지방공무원에 합격하였고 아슬아슬한 면접이라는 밧줄을 타고 이 자리에 도착하였습니다.


발령을 받는 것입니다. 합격 한 후 5개월을 꿈같이 보내고 오늘 발령을 받으러 왔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신이 납니다.


  


[1977년시보 1호봉] 1977년5월16일 오전에 화성군청 내무과에서 줄을 섭니다. 14명이 군대식으로 열병을 한 것 같습니다. 군대는 가보지도 않은 까까머리 밤송이 신규 공무원에게 제식을 가르치려 하는 듯 여겨집니다.


내무과장이 캔트지 발랑거리는 종이짱을 들고 행정계장은 어깨를 수구리고 엄청난 교지를 읽는 都承旨(도승지)의 심정으로 발령장을 읽어 냅니다.


임용장 이강석 지방행정서기보에 임함. 1978년 5월15일까지 시보근무를 명함. 1호봉을 급함. 비봉면 근무를 명함. 1977년 5월16일 화성군수.


한글로 적힌 것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쫄깃하게 읽어줍니다. 내무과장은 낭송을 기다렸다가 어깨를 크게 움직이며 얇은 종이짱을 신규 공무원에게 넘겨줍니다.


근엄하고 엄숙하고 긴장감이 극에 달하니 숨을 쉴수 조차 없습니다. 입안의 침이 마릅니다. 자꾸만 장단지가 아파옵니다.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14명에게 녹음기 틀듯 같은 내용을 한 글자도 틀림없이 읽어가는 행정계장님은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 같아 보였고 2년간 근무하면서는 더더욱 하늘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행정계장이 6급이던데 공무원 6급이 그처럼 높을 수 있다는 것이 그 당시에는 가능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신격화하는 듯 합니다.


[1981년8월10일] 이번에는 경기도청 4층 회의실에 갔습니다. 버스를 3번 갈아타고 가야하는 면사무소 근무가 힘들고 집에서 버스타면 한 번에 가는 수원세무서 윗쪽 팔달산에 소재한 경기도청에 근무한다면 일단 출퇴근은 편할듯 보였습니다.


퇴근도 세무서 앞에서 버스타면 한 번에 자안리 고개를 내려서서 2km 걸으면 집에 도착합니다.


180명쯤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대의 기록을 세운 인사발령 규모인데 10줄에 18명이 줄줄이 서는데 9급 전입자는 맨 뒷편이고 앞에서 인사계 차석이 하시는 말씀이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렸는데 부지사가 못 나오시고 내무국장이 대신 발령장을 준답니다.


역시나 인사계 차석이 발령장을 줄줄 읽어갑니다.


화성군 지방행정서기보 이강석 도 전입을 명함 지방행정서기보에 임함 농민교육원 근무를 명함 1981년 8월10일 경기도지사


거의 말번으로 발령장을 손에 쥐는데 걸린 시간은 60분이 넘고 그 앞에 기다린 시간을 합하면 100분이 소요된 듯 합니다. 사령교부가 끝나자 손에 쥔 흰 종이하나. 그리고 농민교육원이 어디에 소재하는지 몇 사람에게 물어 태안 병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997년 2월. 임용장 지방공무원교육원 지방행정사무관 이강석 동두천시 지방공무원 전출을 명함. 1997년2월13일 경기도지사.


오전에 힘들고 오후에는 활기찬 그날입니다. 그리고 달려가서 만 2년 동안 숨차게 일했습니다. 돌아다니고 만났습니다. 수해가 발생하여 힘들었고 복구하면서 보람을 얻었습니다.


13년 후에 다시 동두천시에 근무하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지역 어르신을 만납니다. 당시에 회갑이시더니 이제는 팔순입니다. 아이고 어르신, 저도 나이를 먹었지 말입니다.


발령을 받는 장소에서 1시간정도 대기하고 기다리고 발령받고 인사하는 시간은 체력전입니다만 사령교부가 끝나면 임지에 가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이사를 하거나 주말부부가 됩니다.


흰 종이 한 장의 힘이 태풍이고 쓰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발령장은 무섭고 무겁고 무지막지합니다. 무한의 기대를 갖게 합니다만 무수히 많은 공무원들이 늘 발령장은 무겁게 받아듭니다.


2016년 5월31일. 오늘은 발령장을 주라 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받기만 하였는데 이제는 그만 받고 발령장을 전해주라 합니다.


민원담당관실 4명에게 발령장을 주기 위해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태극기와 시기를 세웠습니다. 4명에게 발령순서를 알렸을 것이지만 일단 3번째 발령장을 펴들고 호명합니다. 김친절씨 나오세요.


임용장 김친절 지방행정서기보에 임함 민원담당관실 근무를 명함. 2016. 5. 31 남양주시장 이석우.


대신 전합니다. 다음은 2번째, 4번째, 첫 번째 순으로 발령장을 전합니다.


다음은 의사선생님 발령장을 전합니다. 여기는 보건소 보건행정과 입니다. 그날 아침에 시청 앞을 지나는 1000번 광역버스 여성 운전자가 급체인듯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승객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등을 두드리고 문지르고 팔을 잡아줍니다. 운전기사는 연신 핸들에 이마를 대며 힘들어 합니다. 잠시 후에 119구급차가 버스앞에 도착하고 2명의 구급요원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다시 내려와 구급차는 떠나고 이어서 버스도 서서히 출발하여 고개를 넘어갑니다. 10여분 이상을 살피면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출동을 해야하나 고민합니다.


닥터가 출근했다면 현장에 가도록 해야 하나 생각합니다. 아예 대형면허를 소지한 직원이 나가서 버스를 운전하여 시청광장에 안전조치를 취해야하나 고민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 후에 닥터님에게 신규 발령장을 읽은 후 전해 드립니다. 나중에 소주 한 잔 하자는 약속도 함께 드렸습니다. 공무원의 기본자세에 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으로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16명이 기다리는 희망복지과의 지방복지서기보 발령입니다. 넓게 느껴졌던 희망복지과 사무실이 좁아졌습니다. 16명이 서 있는데 모두가 군청색입니다.


군청에서 발령 받을때 많이 입는 색상이어서 군청색이라면 이제는 시청색이라 개명을 해야 할 옷감입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공무원 면접시에 단체복처럼 입고 나오는 그 옷입니다. 일단 줄을 맞춰 서 있는 대열을 흐트러 달라 했습니다.


수북히 쌓인 발령장 위 부분 반을 잡아 아래로 내렸습니다. 일단은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다시 5번째 발령장을 들고 호명했습니다.


김성실님. 임용장 김성실 지방복지서기보에임함 풍양출장소 근무를 명함. 2016. 5. 31 남양주시장 이석우.

대신 전해드립니다.


"오늘 발령장을 받지 못하는 분은 내일 다시 오실 수도 있습니다. 오셨다고 모두 발령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조크)"


이어서 고스톱조카 쓸 때 밑장 빼기는 이어졌고 결국 2장이 남았습니다. 아직까지도 발령장을 받지 못하신 분 나오세요. 여성공무원 2명이 나왔습니다. 두 분은 등을 대고 가위 바위 보를 하세요. 5번 만에 승패가 가려지고 승자에게 먼저 발령장을 전하고 패자는 이번 발령의 마지막을 장식하였습니다.


자! 여러분이 우리시 남양주시에 공무원으로 발령받으심을 축하드립니다. 이 사무실은 여러분의 업무를 총괄해주는 희망복지과입니다.


이분은 복지국장님으로서 복지국 발령자에게 근무할 과를 배정해 주실 것입니다. 발령지에 가시면 서무 총무 담당에게 발령장 글씨가 상대편에게 보이도록 펼쳐서 드리시기 바랍니다.


그분은 발령장을 받아서 아주 소중하게 읽은 후 돌려주며 발령을 축하해 주실 것입니다. 다시 계장님 과장님 동장님 읍장님에게 인사를 할 것인데 같은 방법으로 발령장을 보이시기 바랍니다.


업무를 하시다가 힘이 드시면 바로 옆의 선배에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이 줄은 8, 9급 이 줄은 6, 7급, 이 줄은 계장님들 6급입니다. 그러니 이쪽 9급 줄에 앉은 선배에게 질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곧바로 계장이나 과장에게 질문하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발령을 축하드립니다. 그럼 국장님 과장님 계장님 선배님들의 발령 축하 인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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