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일상생각에 대한 브런치를 시작하며,,

by 최언니

어린 시절의 저는 책에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책에 대한 관심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지방에서 부유했던 삼대독자로 곱게 길러진 젊은 아빠는 서울 상경 후 바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뼈아픈 실패와 가족의 배신을 경험했고, 한평생을 실패와 배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아빠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는 할수 없다’ 였습니다.

나는 나를 굳게 믿고 싶었지만 아빠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하는 일이 많았고, 그렇게 서서히 열등감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빠는 저에게 어떤 삶을 바라셨던 걸까요?


어린 시절 운이 좋게 또래 중 IQ가 높은 아이였고, 수학을 곧 잘해서 대회에서 수상도 여러번했습니다.

아빠는 욕심을 내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수학을 가르쳤습니다.

나의 성적이 아빠의 성공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좀처럼 실력이 나지 않았습니다.

회초리를 들고 가르치기에 이르렀고 아빠에게 반항심만 더해진 저는 당연히 좋은 결과를 낼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빠는 그것을 또하나의 실패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잘 할수 있다는 말은 저 자신만이 저에게 해줄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20대 초반 저는 전공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배우고 싶어졌고, 부모님에게 뜻을 전했습니다.

어김없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너는 그것을 할수 없고, 너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고, 너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안된다는 결론입니다.


그날따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서글픔에 어찌 할 도리 없는 마음을 안고 여러가지 생각 끝에 집근처 도서관에 갔습니다. 시작도 안한 내인생에 아빠가 찍어 놓은 실패의 낙인은 책만이 지워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답만이 써있는 책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어든 책에는 역시 원하는 답이 써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도 내인생을 잘 살아낼수 있을 것 같은 작은 희망을 얻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얼마 후 아빠가 새긴 실패의 예언을 번복해준 그날의 그문장을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뽑아 읽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고, 더 많은 책을 보고 싶어 서점으로 갔습니다.

그때 집어온 책은 지금 봐도 재미없는 맥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입니다. 베스트셀러였지만 잘 읽히지도 않았고 감흥도 없었습니다. 아빠의 불안과 불신이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짓누를때마다 그에 적절한 위로의 그문장을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제일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는 도서관과 서점 혹은 혼자서 조용히 책을 볼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누구의 어떤 말보다 책이 가장 큰 위안과 채찍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아빠를 포함해 그 누구에 의해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나고 보니 치유받지 못한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아온 아빠가 밉기 보다는 안쓰럽습니다.

저보다 더 많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그무엇도 달래주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게 읽고 읽다보니 한없이 무너져내려있던 나를 읽으켜세운 글이 가진 대단한 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궁금해져갔습니다. 그들을 동경하며, 조금씩 끄적여볼 저의 공간도 이곳에 마련해 보았습니다. 일상 속의 저의 생각과 책을 읽으며 느끼고 배운 것들을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쓰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으로 잘써진 글은 못되어도 제가 그랬듯 누군가에게 기억될 한문장이 이공간안에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큰욕심이 있습니다.


몇년 전 부동산 관련 서적을 한참 읽을 시절이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찾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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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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