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위해 적어 내려 갔을 편지를 떠올렸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8할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 따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당신은 그전 날, 어쩌면 그전 날, 또 어쩌면 일주일이 훌쩍 넘었을지도 모를 편지를 가져왔을 테다.
눈물을 글썽이며 한 글자 한 글자 읽던 내가, 나는 눈에 밟힌다.
당신의 정갈한 사랑이 고루 박힌 종이가 나를 펑펑 울렸다.
그래 그즈음에는 눈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펑펑 내린 건 나의 눈물이 아니라 새벽 밤을 시끄럽기 하던 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도 짙게 남은 자국은 거세게 흩날리던 눈의 발자국일까.
이상하다. 우리는 그날 집 밖을 나가지 않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