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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재원 Jul 02. 2024

뒤로 걷기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고..

 극복한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계를 넘어서고,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을 조명한다. 분명 그런 분들은  존경받을 만 하지만 승패를 전제로 한 극복이라는 단어는 잠시 머물다 갈 인생이라는 여정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여기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분투하는 세 남자가 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아버지까지 찰나의 시간에 잃은 청년은 십자고상을 찾아 고행길에 오른다. 아내가 죽은 이유를 찾지 못한 중년의 남성은 다른 사람의 몸을 부검하며 답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낸 노인은 고향으로 돌아와 비로소 눈을 감는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뒤로 걸으면서 상실 이후의 삶을 지탱한다.


 뒤로 걷는다는 건 상실 이후의 삶을 차마 정면으로 마주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 땅에 발 붙이고 살고자 버둥거리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그 동인이 신에 대한 분노이든, 아내를 구하지 못한 부채의식이든, 아니면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든 뒤로라도 걷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에 기대어 페이지를 넘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들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세 사람의 서사를 반추하며 각자도생의 우리네 삶에도 무심코 지나가버린 인연의 고리가 있지 않을까 서성거리게 된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에, 만에 하나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나의 그것보다 먼저 찾아온다면 나는 등을 보이고 한 걸음 씩 거꾸로 내딛으며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 발자취를 좇아 가면 내 삶의 근거 또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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