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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Jul 31. 2024

일그러진 교사, 학교, 그리고 교육


프롤로그 - 깨어진 교사의 꿈



교사라는 직업을 어찌어찌 선택하게 되고,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후 한 가지 목표를 가졌습니다. 사람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을 길러내야 하는 교사로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교사이어야 하고, 아이들과 수시로 접하는 수업과 학생지도에서도 최고의 전문가 다운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교사들답게 어떠한 제약이나 잡무 없이 수업연구와 학생지도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리고 관리자들은 전문가이면서 관리자답게 교사들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각자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입시나 시험이라는 외부적 제약 없이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고 협업하며 즐겁게 공부하고, 학교에서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만으로도 대학을 갈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교사로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아이들 앞에 서서 전문가의 품격을 풍기면서 바람직한 수업을 맘껏 펼쳐내는,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그런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맘껏 기르고 발휘하여 핀란드같이 교사들이 존경을 받는 직업, 그래서 사회 어디를 가도 교사임을 자랑스럽게 내뱉을 수 있고, 당당히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는 교사의 위상을 꿈꾸어왔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공부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외부 활동, 연구활동도 많이 하면서 전문가다운 교사의 위상을 갖춰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랑스럽게 내가 선택한 직업에 후회 없이 평생 일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30여 년을 근무하면 언젠가는 어느 정도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할 허구적인 세상, 한낮의 꿈이었나 봅니다. 30여 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교 현장은 나아지는 게 없었고, 지방학교에 내려와 보니 오히려 30여 년 전보다 퇴보한듯한 느낌까지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로서의 교사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 교사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전문가적 교사다운 모습을 펼쳐 보이려고 할지라도 교사의 역할 이외에 부수적으로 교사들을 옥죄는 행정적, 제도적 제약들로 인하여 교사의 역할에 대한 본말이 왜곡되고 전도되는 실정입니다. 제도적 틀 내에서 자리 보존에 급급한 비전문가적 관리자들과 교사들과의 괴리, 그리고 교육 현장과 어긋나거나 적합하지도 않은 교육 정책들이 학교 현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제대로 사용되어저도 부족한 교사들의 아까운 에너지와 시간들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모든 것이 뒤틀어진 학교 현장에서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부실한 학교에서 왜곡된 입시제도로 인하여 대부분의 아이들이 지쳐가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겨우 버티어낸 아이들도 내가 보기에는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 엘리트들이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결국은 이런 교육의 결과일 것입니다. 


대학원까지 마치고 계약직 교사로서 교직에 처음 발을 내딛던 해, 내가 배운 이론들을 아이들과 함께 맘껏 풀어보겠다는 들뜨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고자 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학교 현장은 어수선했습니다. 전교조 교사들 해직이라는 흑역사가 학교 전체를 짓누르던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했던 좋은 선배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야 했던 이유를 충분히 감지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다면서 학교 현장과는 정말 동떨어진 현실성 없는 이론만으로 무장했던, 그저 얕은 지식만을 가진 이론가에 불과했습니다. 이론적인 틀을 깨고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니 비참한 실태가 들여다 보입니다. 


‘학교문화는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 그리고 문서 주의, 형식주의, 획일주의, 하향적 의사결정, 무사안일 등 관료주의의 굴레로부터 교사들이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보았던, 탈 관료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우리 학교 현장에 관한 어느 교수의 통찰입니다. 불행하게도 내가 30여 년간 근무한 현재 학교 현장의 모습을 보면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아니 이 교수의 통찰을 절실히 체감해야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 하향적 의사결정, 무사안일 등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방 학교는 거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퇴보한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학교의 변화는 지역별로 다른 듯 보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교의 관료화, 행정화, 그리고 입시교육으로 인하여 학교교육의 핵심인 교과교육과 인성 및 생활지도가 뒷전으로 밀리는, 교사 역할의 왜곡 및 고착화입니다. 학교조직의 탈 관료화, 학교의 자치화, 교사의 자율화....모두 요원한 꿈입니다. 


특히 이제 막 학교 현장에 들어온 신참 교사들이 지금의 왜곡된 교직사회 풍토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렇게 굳어져 간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제대로 교사다움을 배울 수 있는 교사 양성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관료적이고 행정적인, 그리고 입시 위주의 학교 체제하에서 그나마 붙들어 매고 있던 교사다움을 내팽개치면서 왜곡된 교사상을 배우며 성장하게 됩니다. 또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아까운 에너지와 시간들이 본질적인 교육활동 이외의 무의미한 잡무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낭비되고 있음에 안타까움만 더해집니다. 


이러한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지난 30여 년 동안 경험했던 일그러진 교사와 학교의 모습, 그리고 교사를 교사답지 않게 만들어온 우리 교육의 문제들을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우리 교육문제들은 근본적으로 교사들이나 행정가들, 그리고  교육정책가들이 '과연 교육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인가', 더 심하게는 '과연 우리는 교육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에 기초하여 제기한  것들입니다. 물론 일부 예들은 개인적인 경험에 한정된, 때로는 아주 극단적인, 또는 나를 포함한 일부 교사들, 관리자들의 부정적인 모습, 특히 입시가 옥죄고 있는 고등학교에 한정된 모습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일부의 모습들일지라도 교사들이나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적 본연을 추구하는데 일방적이면서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단순히 교사라는 업(業)에만 매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다움'이라는 업(業)의 본질에 매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쫓기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여유 있고 즐거운 학교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느리고, 낮은 (slow & low learning) 수업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보았습니다. 


퇴임을 하고 나니 서운하면서도 시원합니다. 서운함은 아이들을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허전함에 의한 것입니다. 시원한 마음은 수업을 안 해도 된다는 후련함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비교육적 상황, 모순들, 비전문적인 관리자들, 교사를 교사답지 않게 만들고 옥죄던 모든 통제와 무의미한 잡무, 서류들, 그리고 규제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후련함입니다. 


언젠가 학교 현장에서 관료적이고, 의례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교육적인 요인들이 모두 제거되어 좀 더 좋은, 개선된 여건과 제도들이 제공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그동안 낭비되었던 교사들의 에너지와 시간들이 교사들의 적극적인 전문성 신장 노력에, 그리고 제대로 교육 활동에 투입된다면 우리 교사들도 핀란드 교사들처럼 교육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후배 교사들의 건투를 빕니다. 


앞으로 전개될 글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학교 

- 아이들이 보는 우리 교육

- 아이들이 보는 학교: 짜증 나는 학교

- 아이들이 바라보는  학교: 차별의 공식화

- 아이들이 바라보는 학교: 자퇴하고 싶은 학교


교사가 보는 학교 교육

- 과도한 학습량

- 과도한 교과목 수

- 겉도는 학교 교육

- 아이들 성장을 제한하는 학교

- 교육 예산 누수

- 교사 지원 시스템의 부재

- 열악한 학교 시설

- 경쟁교육으로 망가지는 아이들 인성

- '공감' 능력을 길러주자     

- 에필로그


교사부터 변하자

- 인간적인 교사 자질을 우선 갖추자

- 교육적 소신을 갖추자

- 관리적 관점을 지양하자

- 교사의 아집을 버리자

- 부장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를 옥죄는 것들

- 교사의 공무원화?

- 교사를 옥죄는 잡무  

- 교육청의 간섭

- 서류에 매몰된 교사

- 교사 승진제도의 폐해-모순

- 교사 승진제도의 폐해-고통

- 교육과 상대평가?

- 입시만을 위한, 입시에 의한 학교, 그리고 교사

- 수능의 모순 

- 입시와 수업: 수능의 폐해

- 입시와 수업: 수업 개혁의 장애


교사의 전문성 

- 교사의 전문성 범위는? 

- 교사의 전문적 자율성을 갖추자

- 부실한 교사 양성 제도

- 교사 평가, 학생 평가가 대안이다

- 수업혁신, 교사의 변화가 우선이다

- 수업혁신, 자신 있는 교수방법을 펼치자

- 수업혁신, 지적 성장을 위한 수업을 하자

- 수업혁신, 교과서 우상화를 버리자

- 수업혁신, 지식의 현실성을 고려하자

- 수업혁신, 지식의 선별이 필요하다

- 수업혁신, 깨달음이 필요하다

- 수업혁신, 평가 방식을 바꾸자   

  

교장이 변해야 학교가 산다 

- 교장의 역할이 안 보인다

- 권위적 교장에서 벗어나자

- 일관된 학교 운영 철학이 필요하다

- 관리적 기능보다 교육적 기능에 충실하자 

- 교장부터 변하자

- 민주적 학교 운영이 필요하다

- 교사 지원, 교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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