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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Aug 05. 2024

낭비되는 교육예산

-  교사가  보는 학교

** 고교 교육력 도약 프로젝트 사업의 평가 결과입니다 **

. 대부분의 예산이 일회성 행사나 강사 초청에 사용되어 지속성에 문제가 있음

. 1학기 교과심화의 날, 2학기 교과 수업 day에 사용된 금액이 2500만원 정도

예산 지출만을 위한 외부강사 초청 등 시간 때우기 식의 비용 지출이 문제

. 대부분 단순하게 강의를 듣는 식의 접근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지 않음

. 최소 한 학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획하여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프로그램 필요

. 교내 대회, 특별 프로그램을 수업으로 흡수, 연계하여 수업방법 변화 유도.


나름 상당한 액수의 거금들이 학교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교육 활동이 있다면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입니다. 이름하여 ‘고교 교육력 도약’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그 거금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역시 담당 교사가 보내온 메시지에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진하게 묻어져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일회성 행사인 1학기 교과 심화의 날, 2학기 교과 수업 day는 지루한 일상 수업에서 벗어나 관련 교과들의 지식 위주의 수업을 활동 위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입시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즉, 정규 수업 시간에 담당 교사가 충분히 접근 가능한, 그리고 당연한 수업활동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입시에 쫓기는 고등학교 수업인지라 지금 현재는 지속적으로 실제 수업과 연계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결국 맛만 보여주는 치장된 1회성 행사로 전락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1회성 성격의 교육 활동도 필요합니다. 현재의 메마른 학교생활에 조금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1회성 행사들이 실제 수업과 지속적 연계성을 보이지도 못하면서 투입된 막대한 비용들이 낭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공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큼 엄청난 돈이 교육 영역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 교육청 단위로도 각 학교별 교육 활동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초·중등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을 훨씬 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과의 교육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많은 예산들을 상급기관에서 학교들 사정이나 요청에 대한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학교에 동일하게 획일적으로 투입되다 보니 학교 재정 지원, 교수·학습활동지원비 등 영역별 차이 없이 때로는 불필요한 영역에 너무 많은 돈이, 정작 필요한 영역에는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최소한 각 단위 학교별 자율적 요청이 아닌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1회성 재정 투입으로 인하여 의도한 교육 효과보다는 돈이 낭비되는 누수 현상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작은 예이지만 나는 가끔 매년 교사들이 읽어야 할 자료들이라고 내려오는, 교육부나 교육청 제작의 두꺼운 자료들을 받을 때마다 또 돈이 낭비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전국의, 또는 한 지역의 전 교사들에게 한 권씩 내려보내니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진실로 교사들이 읽어야만 하는 자료들인지는 몰라도 내 주변의 교사들은 아무리 둘러봐도 이러한 자료들을 받을 때 제대로 진지하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교사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받아서 바로 책꽂이에, 아니면 창고 같은 곳으로 던져집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어 아이들 교과서와 참고서가 버려질 때 같이 버려집니다. 우리 입시교육 체제하에서는 교육과정이 아무리 바뀔지라도 교과서 대로만 열심히 가르치면 문제가 없는 것을 아는 교사들이기에 굳이 정책성 자료들을 일일이 읽어볼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혹 서류 꾸밀 때 필요한 경우 찾아보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교사들 연구실만 갖추었으면 몇 권만 내려보내도 전시가 가능하고, 필요한 교사들이 수시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단위 학교 자체적인 문제입니다. 교사들 입장에서도 자발적이고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역량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입시만을 위한 학교 운영에 매몰되어 있던 관리자나 교사들이 관행에 벗어나서 막대한 예산을 적절히, 그리고 바람직하게 쓸 수 있는 대안 제시를 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아니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일 것입니다. 그러니 돈 쓰기에 급급한 상황으로 쫓기게 되어 갑자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일회용 행사성이나 특강 등으로 꾸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사적 기관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검증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거나,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입시와 관련된 강사 초청 등에 거의 투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로부에 근무할 때에도 어느 해 예산 집행한 돈이 무려 4천만원이 넘었습니다. 진로부장이 하는 말은 연초 배당된 활동 예산은 40여만에 불과했지만,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학교에 쏟아지는 돈들이 쓸데가 없으니까, 아니 쓸 수가 없으니까 그저 돈 써달라고 진로부로 애절하게 맡겨진다는 것입니다. 진로부는 진학이나 진로 행사를 위해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 맘만 먹으면 상당량의 예산을 쉽게 쓸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강의나 행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 써달라는 부탁이 내심 반갑기도 하지만, 실속을 따져보면 그리 개운하지도 않습니다. 결국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은 저리 던져버리고 점수 나오는 대로, 성적 되는대로 진로를 결정해버리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행사를 펼쳐보았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가능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예산이 지급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투입되는 예산들을 단지 일회성, 소모성 자금으로 학교에서 대충 써버린다는 것입니다. 마치 현재 학교의 실정이 수 조원이 넘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저출산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같습니다. 입시교육이라는 틀 안에서만 바둥거리다 보니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더불어 자의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의미도 없는 예산 소모에 서류상으로의 완벽함을 기하기 위해 교사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이중 낭비요, 교육의 질은, 그리고 학교 현장은 전혀 변화되질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돈을 쓰는 만큼 학교가 변화되고,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인구 대책과 관련된 근본적인 요인들에 대한 개혁이나 대전환이 필요한 것처럼,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 그리고 기본 인프라를 확고히 갖추고자 하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사상누각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제는 교육청에서 그 지역 모든 학교들에 일방적으로, 획일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단위 학교별 자율적 요청에 의한 차별적 예산 지원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들이 예산을 요청하기 위하여 교육활동들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등 자발적이고 구체적인 노력들을 시도할 것이며, 이는 예산 낭비를 막을뿐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구상, 실천이라는 학교 자치에 한발 다가서는 과정으로 발전하게 될것입니다. 또한 학급 인원을 줄이거나, 교사 증원이나 핀란드처럼 보조 교사들을 더 투입하는 등 장기적으로 교육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그리고 지속적일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교사 지원 시스템이나 교사들의 연구개발이나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속적으로 교사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수·학습활동지원비로 꾸준히 투자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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