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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Aug 26. 2024

인간적인 교사가 우선이다 2

- 교사부터 변하자

‘ 아니, 아이들이 어찌 그리 철두철미해. 아이들에게 뭔가를 나눠주고 부모님 도장 받아 오라든지, 제출하라고 하면 다음날 한 명도 빠짐없이 다 가져와. 이게 얘들이야 ?’


서울의 어느 학군 좋다는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자기가 맡은 학급 아이들에 대하여 한탄(?)을 합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일사불란함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는 현상이 이 교사에게는 너무 경이로웠나 봅니다. 참 여유 있는 교사의 넋두리입니다. 이 교사의 한탄에는 ‘아이들은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그리고 교사는 언제든지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해 주어야 한다’라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학군 좋은 학교의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고, 철두철미하여 스스로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듯한, 아이들 답지 않은 행동,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 지역 아이들은 그만큼 야무지고 철저했는가 봅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결함을 수용해 줄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는데 아이들이 절대 실수하지 않아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넉넉함이 넘쳐나는 교사들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입니다. 


이 친구는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 아이들의 미숙함은 당연한 현상일진대 왜 교사들이 불평을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미성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업에 스스로 뛰어든 교사들이므로 불평 사항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교육학에서 말하는 교사로서 필히 갖추어야 할 ‘무장된 사랑(armed love)’입니다. 인간주의 교육 철학에서 말하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태도, 즉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이 교사는 아이들과 갈등을 전혀 빚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아이들과의 마찰을 겁내하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든 그저 무조건 포용해 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마음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의 학교 현장에 대한 비판에서 ‘교사는 있는데 스승은 없다’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교사보다는 스승이 되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스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당위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새 우리 아이들과의 마찰이 생겼을 때 인내심을 가지고 스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는지 나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진보주의 교육학자 프레이리(P. Freire)가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겸손, 인내와 관용, 사랑, 용기 등의 덕목과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고, 사고와 자질이 행동과 일치하는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교사의 본성을 자연적으로 갖춘 교사입니다. 내가 가르침에 대한 전문적 능력을 강조하기에 앞서, 아니 비록 가르치는데 미숙할지라도 우선적으로 ‘인간적’인 교사의 특성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롤 모델입니다. 


내가 항상 배우고 존경하는 교사 동료인 이 친구는 교사가 ‘인간적’일 때 가장 ‘교육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확증시켜 줍니다. 물론 최고학부를 나온 교사답게 수업능력도 뛰어납니다. 그리고 학교 모든 행사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여기저기 참여하고 놀아주는 등 아이들과의 어울리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이 친구는 결국 모든 교사들이 부러워하는 초 A급 학교(서울은 암묵적으로 학교 등급이 나누어져 있음)를 뒤로하고, 1년 만에 다시 또 교사의 사랑을 절실히 필요로하고 있는, 그리고 아이들에게 맘껏 펼쳐줄 수 있는 험지(?)의 혁신학교로 이동합니다. 우리 학교가 이렇게 인간적이고 교육적 마인드로 무장한 교사들로 넘쳐난다면 입시와 경쟁으로 인해 지쳐있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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