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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Jul 31. 2024

2년만 버티자 !

- 아이들이 바라보는 학교

'교무부장입니다.

어제 식당에서 12:50~13시경에 3학년 여학생과 2학년 남학생 간의 다툼이 있었습니다. 

자리의 부족으로 인하여 2학년 남학생이 식탁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웠고 이에 3학년 여학생이 음식물이 있는 식판을 2학년 남학생에게 엎었으며 흥분한 2학년 남학생이 식판을 여러 개 던져서 그중의 하나의 식판에 3학년 여학생이 얼굴을 맞아서 상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식판과 수저 등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학부모 봉사자들이 식판을 치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의 식사예절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훈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예민해져 갑니다. 아니 항상 예민해져 있을 것입니다. 점심시간에 부족한 좌석으로 인하여, 아니 조금 밀리는 상황에서 이를 참지 못한 아이가 던진 작은 불씨 하나로 식당이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서울 강남의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오냐오냐하며 대접받고 자라나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불편함을 못 참아내는 것인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신경이 항상 곤두서져 있어서 건드리면 터지는 아이들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식사예절에 대하여 지도를 한들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교무부장도 메시지 상으로는 식사예절을 언급했지만 그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식사예절을 벗어난 우리 아이들의 잠복된 심리상태에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로 인하여 아이들과 아이들 간 갈등, 아이들과 교사와의 갈등 등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학교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누가 필통을 훔쳤다고, 또는 자는 것을 친구들이 깨웠다고 서슴없이 경찰에 신고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 속에서 학교폭력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에 불과합니다. 어른들이 보는 것처럼 유별난, 그리고 아주 못된 아이들에 의해 벌어지는 극히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즐겁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라는 틀에서 아이들이 왜곡되고 비틀어진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2년만 버티자.'


1 학기 중간고사 시험감독할 때 한 아이의 책상 위 깊고 선명하게 파놓은 이 끔찍한 글귀를 발견하곤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나 학교생활이 지겨웠으면 책상 위에 아주 깊게 깊게 파서 새겨 놓았습니다. 아마 교사들에게는 안중근 의사가 쓴 혈서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욱 그 비장함과 참담함이 전달되어 오는 글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책상 위에서 그 글귀를 발견한 그다음 해에 자기 집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이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의 겉모습만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교육 정책가나 정치가들은 살아남은 아이들만 보게 되니 학교가 큰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살아남은 아이들만 조명합니다. 내가 봐도 우리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면 그냥저냥 학교를 잘 다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짝만 건드려도 금방이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 포탄과 같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쓰라림을 안고 버티고 있는지를, 학교 안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고통스러워하는지를. 하긴 학교 밖 사람들만 탓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접하면서도 아이들의 고통을 인지하지도, 공감하지 못하는 교사들도 숱한 판국이니까요. 

 

아이들을 옥죄는 것들, 왜곡되고 비틀어진 성장을 이끌어내는 요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쳐 떨어진 아이들 대부분이 수업 시간에 쓰러져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일부 아이들에게는 아예 교실은 '잠자는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왜 우리는 이런 학교 교육을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가? 학교폭력, 사이버 불링 등에 관해 말도 많고 대책도 많이 내놓습니다. 모바일 상담 서비스에다 심지어는 아이들의 문제를 교사나 학부모가 경찰을 통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접수, 개입할 수 있는 통고제도까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들이 과연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왜 이런 문제들의 밑바닥에 깔여있는, 즉 아이들이 점점 더 메말라가고, 삭막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근원적 고찰이 없습니다. 시험만을 위한 교과서의 지식을 꾸겨 넣고 있는 수업, 그리고 고리타분한 장소인 학교, 모두 하루빨리 벗어나고픈 것에 불과할 뿐, 아이들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아이들을 옥죄는 교칙들, 엄청난 학업 부담, 학업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식 평가 방식으로 성적이 모든 기준이 되어버린 학교, 이에 따른 치열한 경쟁, 공부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과목, 짜증 나는 선생님, 여기에다 집보다도 열악해서 진짜 가기 싫은 학교 화장실... 모든 게 짜증 나고 혐오스러운 학교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아이들에게 일방적 순응만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성적 지상주의에 근거하여 대부분의 아이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차별을 당연한 현상으로 인식하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니 일부에서 ‘안 받는 것 보다 못한 교육’이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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