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6화 내가 포기하지 못한 건 실패

by 와이즈

나는 한동안 실패를 버리지 못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실패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떤 건 성공보다 더 오래, 더 선명하게 남는다.
그건 마치 다친 부위를 자꾸 만져보는 습관 같았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그 감각을 확인하고 싶었다.

처음엔 그게 반성이라고 믿었다.
잘못된 선택을 돌아보고,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실패를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반성이 아니라, 자학이었다.
좌절 속에 오래 머무르면, 어느 순간 그게 편해진다.
도전도 기대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람들은 실패를 빨리 잊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실패를 버리기보다, 실패에 기댔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된 건 그때 그 실패 때문이야.”
그 한 문장은 모든 책임을 미래로부터 떼어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실패를 극복하려는 게 아니라, 실패를 핑계로 살고 있다는 걸.
실패를 내려놓으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상처를 감수해야 한다.
다시 좌절할 수도 있다.
나는 그게 두려웠다.

어쩌면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실패 이후의 ‘다시 시작’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다시 시작하려면, 더는 변명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실패를 버리기로.
아니,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기로.
완전히 잊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실패를 내 인생의 ‘정체성’으로 두지는 않기로.

이상하게도, 실패를 포기하자 숨이 쉬어졌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진짜 포기해야 했던 건 꿈이 아니라, 실패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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