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 먼저 먹나요?
좋아하는 음식 먼저 먹나요?
“용재야, 붕어빵 먹을 때, 꼬리부터 먹어? 아니면 머리부터 먹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게 뭐라고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난 어디부터 먹었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데 은근 어렵다. 왜냐하면 가벼워 보이는 이런 질문들이 단순한 질문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별거 아닐 수 있는 답변에도 의미부여하기를 참 좋아하기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런 질문들은 대개 심리테스트 비슷한 느낌이다. 붕어빵 먹을 때 머리부터 먹으면, 리더십이 강한 스타일이며 사소한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 꼬리부터 먹으면 순수하고, 배려심 많은 스타일. 배, 지느러미, 등까지 먹는 순서에 따라 성격을 나누는데 그래서인지 이런 질문들이 가벼우면서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우리는 재미로, 이런 질문들을 하곤 하는데, 이런 질문들이 의외로 행복한 순간을 제공한다. 붕어빵을 어디서부터 먹지? 라고 기억을 더듬는 그 순간 나는 보통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곤 한다.
추운 겨울, 이제는 가격이 올라 2개에 1,000원 하는 붕어빵을 구입해, 호호 불면서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때의 그 기억이 떠올라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그래 맞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고, 꼬리부터 먹고, 그게 뭐가 중요한 일인가 하얀 종이봉투에 담긴 붕어빵이 그 순간 내 행복의 전부였던, 그 순간이 중요했지.
[행복은, 추운 겨울 따뜻한 붕어빵 한 입]
“용재야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먹어, 아니면 나중에 먹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질문이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먹는 스타일이다. 이 질문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맛있게 먹고 싶으니까, 빨리 먹는 유형. 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으면 아까우니까 최대한 아꼈다가 나중에 먹는 유형.
덜 선호하는 음식을 먼저 먹다가 배가 부르면, 나중에 내가 아껴놨던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맛이 없을 수도 있잖아! 이게 내 생각이다. 나는 지금 당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좋다. 아마 첫 번째 유형을 선택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MZ세대가 유행하기 전, YOLO라는 단어로 규정했던 바로 그 유형이다. 현재의 행복에 충실한 사람 그게 바로 나다.
근데,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서 붕어빵 이야기를 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나는 붕어빵을 먹을 때, 주로 머리부터 먹지만 가끔은 꼬리부터, 가끔은 지느러미부터 먹기도 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비슷하다. 스스로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조차 매번 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지는 않았다.
그래 맞아. 그게 뭐가 중요해. 그냥 그 순간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거지. 우리는 너무 규정짓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붕어빵 먹을 때, 머리부터 먹는 사람이야. 나는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것부터 먹는 사람이야. 그렇게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 어렸을 때는 혈액형으로, 최근에는 MBTI유형으로. 사소한 것 하나하나로 서로를, 스스로를 규정짓고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렇게 행동해야만 할 것 같고.
햄버거 세트를 먹을 때, 햄버거부터 먹든, 감자튀김부터 먹든 중요하지 않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을 때 짜장면부터 먹든, 탕수육부터 먹든 그건 우리 인생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좋아하는 음식 먼저 드시나요?
붕어빵은요? 붕어빵은 머리부터 드시나요?
[붕어빵 꼬리부터 먹는 당신, 가끔은 머리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