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사랑
사랑은 뭐야?
어떤 사랑은 눈에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눈에 보이는 사랑으로 가득한 직업이다.
아이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갑자기 다가와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하루에 두세 명은 있었다.
방과 후 회의를 다녀오면 책상 위에 늘 아이들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내가 어딜 가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학부모상담 시기에도 표현 방식과 방향이 다를 뿐 '자녀에 대한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곤 했다.
모난 사랑의 형태도 많이 접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쨌든 사랑이구나.'
그렇게 일을 하고, 연애도 시작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에도, '사랑'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사랑이란 뭘까?
"음, 참 어렵다."
GPT에게도 참 어려운 사랑.
GPT는 연인 간의 사랑이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듯 하지만 '상대를 위해 내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이라는 데는 너무나 공감이 된다.
사랑은 인간의 유한성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만약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사랑은 아마 지금처럼 절실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한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 하나하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빛을 발한다.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는 없지만, 사랑은 무엇인가가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영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싶게 만든다.
이 유한함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순간들이, 바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결국 사랑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살(生, 삶) + 앙(앉다, 머물다), '삶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던데
참 알맞은 이름이다.
난 눈에 보이는 사랑이 좋다.
사랑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그 순간들이 소중하다.
수증기는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무지개를 볼 때, 그 수증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말이나 행동 속에서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사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무지개 같은 순간들을 수집하면서, 나는 사랑이 내 곁에 있다고 느끼며 안심하곤 한다.
그리고 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