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기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온 축복
2022년 12월 8일 오후 2시 8분.
겨울 하늘은 잿빛이었고,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신 덕분에 잘 살았어요. 고맙고… 또 고마웠어요.”
아들은 왼손을, 며느리는 오른손을 잡고 있었고
나는 남편의 발을 꼭 붙잡고 있었다.
우리는 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마지막 작별을 전했다.
남편은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끝내 내쉬지 못한 채
소풍을 마친 아이처럼 고요하게 떠났다.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복처럼 조용히.
그렇게 남편이 떠난 지 벌써 네 해가 지났다.
그러나 그의 빈자리가 남기고 간 여운은
기적처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임신이 어려웠던 며느리가
남편이 떠난 직후 바로 아기를 가진 것이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을 느꼈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 같았다.
떠나며 빈손으로 간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을 품어서 우리에게 돌려준 것처럼.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지금 네 살 된 손자다.
이어 태어난 손녀까지,
남편이 떠난 뒤 우리 가족에게는 두 명의 새로운 빛이 더해졌다.
올해 네 번째 기일,
손자가 할아버지 제사상 앞에 서서 조그마한 손으로 술을 따르고
엉성하지만 정성스럽게 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떠난 사람의 자리를 새 생명이 이어주고 있는 장면이었다.
손자는 특히 남편을 많이 닮았다.
앉아 있는 모습, 장난칠 때의 표정,
어떤 순간마다 남편의 얼굴이 포개져 보인다.
가끔은 손자가 나를 힐끗 쳐다볼 때
정말로 남편이 “내가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나는 그럴 때마다 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여보, 당신이 이 아이 안에 살고 있네요.
당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지금 이렇게 자라고 있어요.”
남편이 떠난 빈자리는 여전히 크지만
그 자리를 손자와 손녀가
웃음과 온기로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떠난 것이 끝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남편이 지켜보던 그 가족,
그가 사랑하던 그 풍경이
이제는 두 아이의 걸음과 웃음 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사랑을 껴안고 살아간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다는 것,
그 사실을 남편이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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