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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인 Oct 27. 2023

웨하스로 세운 벽

조정인의 동시 1

웨하스로 세운 벽 / 조정인



 오빠, 우리 엄마 혹시 마녀 아닐까? 어떨 때는 예뻐하고, 어떨 때는 미워하고, 아까 화내는 엄마 얼굴 어땠어?      

 드디어, 엄마가 아빠 귀에 대고 뭔가를 소곤거린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우리는 곧 버려질 게 분명하다. 나는 빵부스러기 따위로 집에 오는 길을 표시하진 않겠어. 엄마 아빠한테 흔적 따위 남기지 않겠어.     

 야호! 여긴 숲속 마술할멈 집이다. 할멈은 안락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말만 하면 뭐든 뚝딱뚝딱 내놓는 할멈의 지팡이를 손에 넣었다! 딸기웨하스, 바닐라웨하스, 초콜릿웨하스, 치즈웨하스, 밀키웨하스…… 지팡이가 두드리는 건 뭐든지 웨하스가 되었다. 웨하스 의자, 웨하스 벽난로, 웨하스 벽시계, 웨하스 침대…… 바삭바삭 웨하스가 된 마루를 밟으며 창가로 갔다. 창밖엔 저녁놀이 출렁였다. 할멈 부엌에서 국자를 가져와 저녁놀을 퍼먹었다. 달콤하게 혀에 감겼다. 그런데 아무리 퍼먹어도 배가 고프다.     

 얘들아, 어디 있니? 여보, 우리 미호, 미성이가 안 보여…… 얘들아. 엄마가 미안해. 그깟 성적 좀 떨어진 게 뭐가 대수라고……


 웨하스로 된 벽은 바스락바스락 귓밥을 밟으며 엄마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려줬다.     

 기다려. 엄마!

 나는 살금살금 할멈의 방문 앞에 세워둔, 날아다니는 빗자루를 가져왔다.


 오빠 타! 오빠와 나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흰 빵조각 같은 별들이 빛나는 검푸른 밤하늘을 날았다. 자루! 우리 집으로 가줘. 빗자루에는 음성 내비게이션이 있다.      

 어머! 얘들이 옷방에서 자고 있네? 어서 일어나. 저녁 먹고 자야지. 엄마가 땀이 밴 내 이마와 오빠 이마를 차례로 쓸어주고 번갈아 안아주었다. 아, 우리 엄마다!  


#웨하스로세운벽


-문장웹진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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