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경매, 보증금]
이 세 가지 키워드로 검색하면 글이 넘쳐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글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읽는다. 데스노트에서 내 이름을 찾아내려는 사람처럼 읽는다. 그러나 내용이 머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 내가 다른 사람 블로그 글을 읽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읽는다. 달리 할 게 없다.
모든 글이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반복해서 알려준다. 징그럽다.
내가 잘못한 것들이 명확해졌다. 의미 없는 후회를 하며 자책했다. 내가 밉다.
이내 읽기도 멈추고, 후회와 자책도 관두고, 미움도 덮었다. 생각하지 않았다. 베개 두 개를 겹쳐 머리를 기대고 비스듬히 누웠다. 양손을 모아 배 위에 올리고 오른쪽 발목을 왼쪽 발목에 포갰다.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이 피곤하면 눈을 감았다. 잠시 잠이 들었다가 잠에서 깼다. 다리가 저렸다. 오른쪽 발목을 왼쪽 발목에서 내려놓았다. 베개 하나를 치우고 똑바로 누웠다. 바깥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저 운전자는 전세 보증금을 떼 먹힌 적이 있을까. 옆집에 사람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옆집에 사는 사람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왜 이 건물에 사는 이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이런 험한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나는 언제까지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걸까. 나갈 때 내 손에 보증금 총액 중 얼마가 돌아올까. 다시 잠이 들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어두운 방안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창밖이 까맣다. 아, 이게 내 미래구나. 암담하구나.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경매당하는 임차인들은 ‘배당요구신청서’를 기한 내 제출해야 한다는 글을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다. 배당요구신청서는 어떻게 제출하는 것이며, 기한이 언제인지는 누가 알려주는 거지? 때가 되면 우편물이 오려나...
또 다른 할 일들이 떠오른다. 관리비를 송금해야 하고, 세입자들끼리 만든 단체톡방에도 가입해야 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도 확인하고 법률 상담도 받아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몇 년 동안 열심히 모은 돈을 날리게 생겼는데, 또 열심히 뭘 해본들 다시 잃지 말라는 법이 있나. 당분간은 그냥 좀 누워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