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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이서고 Nov 13. 2024

집은 어떻게 하지?


아내와 나는 부동산이 한참 오르던 시기에도 굳이 욕심부리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작은 아파트 전세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2년째 되던 해에 살던 집이 팔렸고 새로운 주인이 이사를 온다고 해서 곧 다가오는 계약 일에 집을 비워줘야 했다. 


그리고 그 후 새로운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여러 번 집을 방문하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마치 자신이 집주인이라는 것을 티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스레 눈치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은 집이 없는 사람의 자격지심이었을까? 기분이 그다지 썩 유쾌하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급하게 집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문뜩 나중에 아기가 생긴 상황에서 집주인이 들어온다는 등 전세 갱신제도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면 또 이렇게 2년마다 이사를 가야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씩 회의감이 들었다.


“그냥 우리 집 사버리자!”


조금은 무모하고 급했지만 집을 사기로 했다.


그때는 부동산이 끝 모를 상승을 하던 2021년 중후반이었다.


영끌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대출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가 살던 전셋집의 매매가 보다 두 배나 가격이 높았던 역세권 아파트를 털컥 사버렸다. 


구축 아파트이지만 올인테리어를 했더니 실내는 새 아파트와 다름없었다.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아내와 나.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임신을 노력해 온 터라 미래의 우리 아이 이렇게 세 가족이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우리 집이 생겼다.   


아내와 나는 난임 부부였다. 


이사를 오기 전부터 3년 정도 시험관 시술을 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난임 지원이 별로 없었고 더군다나 아내가 다니던 회사도 코로나 때 부도나서 아내는 실직 상태였고 나는 외벌이 었다.


그런데도 높지도 않은 나의 연봉 때문에 난임 비용 지원을 받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난임 시술이 부담스러운 비용이었지만 아이가 우리에게 와준다면 그깟 비용 정도는 문제 될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잘되지 않았고 그때부터 아내와 나는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심각할 때는 불법이었지만 아내와 해외 대리모까지도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그만큼 이성적 판단이 되지 않는 극단의 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의 결과 일까. 그사이 아내의 몸이 처참하게 많이 망가졌다.


일명 구안와사라고 알려져 있는 안면마비.


위궤양, 구토, 헛구역질, 부종과 급격한 체중증가, 피부트러블 등의 호르몬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다.


아내의 몸이 망가지며 정말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도 했고, 아내는 내심 아이를 포기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완강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마저도 포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면서도 모른 채 계속 진행했었다.


나에게 아이가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들 자신의 아이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냥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아이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게 세상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되었다.


그런 나의 생각과 이런 일들 때문에 가끔 다툼도 있었고, 나는 아내에게 냉정하고 모진 말도 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아내는 ‘포기‘라는 단어를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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