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 형과 SF 동생, 두 자녀의 다른 길

가업승계 후계자 갈등

by 기업백년연구소

MBTI 성향이 드러내는 경영 스타일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은 후계자들의 성향이 극명하게 다를 때다. 특히 형제가 함께 승계자의 후보로 거론되면, 개인적 기질 차이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경영 방식과 리더십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하다.
MBTI 성향을 통해 그 차이를 들여다보면 훨씬 선명해진다. SF유형은 따뜻하고 현실적이며 관계 지향적이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히 살피고 현재의 안정과 조화를 우선시하며, 조직 내에서는 신뢰를 쌓고 팀워크를 다지는 데 강점을 보이지만 때로는 변화와 혁신에 둔감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NT유형은 논리와 분석에 강하며 미래지향적인 전략가다. 장기적 비전을 그리며 혁신을 추진하는 데 능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나 당장의 현실을 간과하기 쉽다.
이 두 성향이 한 가족 안에서 공존할 때, 특히 가업승계라는 민감한 주제 위에서 만나면 갈등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근심

한 중견 제조업체 회장님을 만났다. 그는 두 아들을 모두 경영자로 키우고 싶어 했다. 회사를 둘로 나누어 각각에게 맡기면 각자의 성향을 살릴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막상 두 아들이 회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달랐다.
장남은 NT형으로 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외 진출, 기술 투자, 자동화, 플랫폼 전환 같은 구상은 화려했으나 현실적 실행이나 사람 관리에는 소홀했다. 차남은 SF형으로 직원들과 거래처를 세심히 챙기며 현장의 신뢰를 쌓았지만 새로운 전략에는 소극적이었다.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했다.
“두 녀석 모두 자기 방식만 고집합니다. 한쪽은 현실이 없고 다른 한쪽은 미래가 없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회사를 맡길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설명과 제안

아버지께 먼저 두 아들의 성향을 MBTI 언어로 설명드렸다. “회장님, 장남은 NT형, 차남은 SF형입니다. 두 아들의 방식이 충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사에 꼭 필요한 두 축입니다. 문제는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 각자만의 방식으로만 경영하려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안했다. “두 아들 모두 경영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큰 그림의 비전을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형은 변화를 책임지고 동생은 안정을 책임진다. 두 자녀는 서로 보완하며 성장한다는 그림을 명확히 하시면, 아버지의 우려는 불안에서 다양성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에는 부족해 보였는데… 각자의 방식대로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두 아들을 같은 모습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각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겠군요.”


형제의 대화 중재

따로 두 형제와 상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남에게는 “당신의 강점은 전략과 혁신입니다. 하지만 조직을 함께 끌고 가려면 동생의 장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동생이 지켜온 현장의 신뢰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실행되지 못합니다”라고 설명했고, 차남에게는 “당신의 강점은 관계와 안정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변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형이 제시하는 혁신이 두렵더라도 그것이 회사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동력임을 인정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성향을 대립이 아닌 분업의 기초로 재해석했다. 장남은 신사업과 혁신 전략을, 차남은 현장 운영과 관계 관리를 맡도록 역할을 나누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보좌 인력을 붙였다. 또한 아버지가 최종적으로 두 회사를 어떻게 분리·승계할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하고, 두 아들은 그 틀 안에서 자기 성향을 살리는 구조로 정리했다.


경영자로 성장하는 길

이어서 보다 넓은 맥락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제가 수많은 기업과 가업승계 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대표님들의 성향은 모두 달랐습니다. 어떤 분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나를 따르라’ 하며 회사를 이끌었고, 어떤 분은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임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강점을 가진 관리자형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든 분야를 다 잘하는 대표는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경영자는 본인이 잘하는 것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임원과 직원의 역량으로 채워야 합니다.
따라서 두 아드님도 아버지의 회사에서 경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기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두 분이 함께 한 회사를 공동으로 승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형제 동업은 결국 갈등을 낳고 헤어지기 마련입니다. 대신에 형제 간 선의의 경쟁 구도로 가져가는 것이 낫습니다. 형제가 한 회사에서 각자의 경영 방식을 키워 나가되, 결국에는 독립해 본인의 회사를 경영하게 될 때, 각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명확히 알고 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야말로 아버지의 회사를 학교 삼아 두 아드님이 진정한 경영자로 성장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컨설턴트의 역할

가업승계 컨설팅은 단순히 세금 문제만 풀어내는 과정이 아니다. 논의의 시작은 대개 상속세와 증여세, 그리고 절세 방안에서 출발하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세금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절세 전략이 있어도 실행할 수 없다. 가업승계에 얽힌 아버지, 자녀, 임직원,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상황을 이해하고, 회사를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도록 안내하고 중재하는 일이 필요하다. 세무 전략은 도구일 뿐이고, 진짜 핵심은 사람들이 함께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컨설턴트의 역할은 절세 전략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사람과 조직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중재자의 자리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유연한 아버지(P)와 계획적인 자녀(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