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장비 발

요 며칠 아침 날씨가 추워서인지 마라톤은 나가지 않게 된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는 연습 때문에도 어쩔 수 없이 나가서 뛰었다면 대회가 끝나고 난 지금은 조금 주춤한 상태다. 날씨가 추워지면 마라톤은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몸도 활발하지 않고 일단 나가는 데까지 나갈까 말까 하는 생각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것도 아침 일찍 뛰지 않으면 뛰고 싶은 타이밍을 놓쳐 더 나가지 못하게 된다.

어제는 자전거를 두 시간을 탔다. 자전거를 탈 때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어서 좋고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고 내려가는 구간이 오면 속도감에 이래서 자전거를 타지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기분 역시 최고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자전거를 탈 때 살짝 추위가 느껴졌다. 옷을 좀 더 잘 챙겨 입었어야 하는데 날씨가 그렇게 추워진 줄 모르고 얇은 긴팔 셔츠에 바람막이 점퍼 하나 입고 나갔더니 찬바람이 옷깃 사이로 들어와 약간의 썰렁함이 느껴졌다.

어제는 처음으로 자전거 헬멧을 썼다. 주로 공원이나 집 앞 하천 산책로를 타기 때문에 헬멧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얼마 전 반대편에서 빠르게 오는 자전거와 부딪힐 뻔한 일로 헬멧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아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나 역시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빠른 스피드를 즐기는 터라 안전장치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있다. 자전거 안장 쿠션을 끼웠는데도 두 시간을 타고나니 엉덩이도 아팠다.

집 앞 하천은 자전거를 긴 시간 탈 수 있어서 인지 단체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어제도 자전거를 타다가 동호회 일행들을 만났다. 모두 헬멧을 쓰고 몸에 촥 달라붙는 자전거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다. 화려한 의상에 6~7명이 함께 타는 사람들이 왠지 멋져 보였다. 자전거도 바퀴가 커서인지 날렵하게 페달을 돌리며 지나갔다. 열심히 뒤를 따라 페달을 밟고 따라가 보았지만 따라갈 수가 없었다. 역시 운동은 장비 발이구나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뭐든 잘하는 사람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이든 장비가 좋으면 좋은 실력을 내는데 좋은 조건을 갖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려고 삼천리 자전거에 가서 남편 거 내 거 두 대를 장만했다. 지금은 남편이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 두 대다 내 몫이다. 기분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타기도 하고 다른 운동을 할 때는 거의 세워놓을 때도 많다. 주로 공원 위주로 탈 거라 자전거도 미니벨로를 구입했다. 그런 입장에 집에 있는 가정주부가 자전거에 욕심을 부리고 더 좋은 자전거를 구입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것도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즐길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장비를 갖추고 타는 동호회 사람들을 보니 처음으로 부러웠다.

며칠 전 철인 3종 경기를 알아보면서 철인 3종 경기를 하는데 자전거는 로드 자전거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장비를 갖추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들어야 하고 시간 투자도 상당히 필요한데 지금 내가 그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일만큼 절실히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다.

여러 운동을 좋아하는 터라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 장비는 계속 늘어난다. 수영복도 켜켜이 쌓여가고 마라톤복과 마라톤화도 하나씩 늘어간다. 스포츠브라와 레깅스도 쌓여있다.

운동을 하다 보면 확실히 장비를 잘 갖추면 운동의 효과와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장비를 통해 운동의 동기와 효율을 높이는 것도 맞다. 그리고 장비의 선택과 활용이 운동의 지속성과 성취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기능성 핏이 좋은 운동복은 편안함을 주고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운동복을 입고 운동할 때 동기 부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집에서 홈트를 할 때도 운동복을 입고 안 입고는 자세부터가 다르니 장비 발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니 성능 좋은 자전거는 말해 뭐 할까? 그렇다고 모든 좋은 장비를 다 갖추고 운동을 한다는 것 역시 무리다. 운동 장비는 개인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더 좋은 장비에 욕심이 나는 건 운동 부심일까 욕심일까?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