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프리지어 꽃향기가 봄을 부른다. 한 번씩 큰 딸이 사다 준 꽃은 나의 기분을 업 시키는데 충분하다.
"짠~ 엄마가 좋아하는 프리지어. 너무 이쁘지 엄마. 꽃 집 지나오는데 프리지어 꽃 보니까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 프리지어 사 오면서 엄마가 좋아할 줄 알았지"
"역시, 엄마 기분 생각해 주는 건 우리 딸들밖에 없네. 큰 딸 덕분에 엄마가 미리 봄을 맞이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이쁘니. 향기가 너무 좋다."
토요일 저녁 외할아버지 생신으로 두 딸과 함께 했다. 둘째 딸은 할아버지 생신 떡 케이크를 준비해 왔다. 할아버지 생신에 다 큰 딸들이 자발적으로 시간 내서 함께해 줄 때면 우리 딸들 참 잘 컸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으쓱해진다.
친정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오빠 집에서 생신 상을 차리기로 해 세 자매인 우리 딸들도 음식 하나씩 준비해 함께 하기로 하고 모인 자리다. 한 번씩 친정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오 형제다 보니 대가족이 모여 집은 금방 정신없이 복잡해진다. 요즘은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어렵고 집에서 음식을 장만해 생신 상을 차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부모님이 아들 집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한 번씩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괜찮다며 마음을 내준 올케언니의 마음에 고맙고 감사하다.
올케언니가 준비해 둔 각종 밑반찬과 오징어볶음, 미역국으로 기본 상을 차리고 주말 장사로 바빠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큰 딸이 준비해서 보내준 각종 회와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주꾸미에 새조개, 새우 장, 육회까지. 식탁은 금방 한상 가득하다. 내가 준비해 간 등갈비찜도 데워서 한 그릇 내놓고 셋째 딸이 준비해 온 육전은 바로 부쳐 먹는 맛이 일품이다. 거기에 엄마가 준비해 오신 보름에 먹는 오곡밥, 김에 오곡밥을 싸서 먹는 옛날 맛 그대로의 맛이다. 모두 한 가지씩 준비해 온 정성이 식탁에 놓이니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많은 인원수가 모이다 보니 집은 금방 아수라장 같지만 한 번씩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이런 시간이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은 친정 부모님이 계셔서 형제들도 이렇게 함께 하지만, 부모님이 부재하시면 자연스럽게 함께 할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종 함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준 올케언니에게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다.
할아버지 생신에 손자, 손녀딸들, 그리고 형제들이 모두 모이면 집은 금방 소란스럽다. 한 곳에서는 손주들끼리 대화하느라 바쁘고 우리 형제들은 식탁에 앉아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로 대화는 끝날 줄 모른다. 인원이 많으니 삼삼오오 함께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막내아들은 아빠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안타까워 게임도 준비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게임은 이어진다. 자식들이 준 용돈이 걸려 있어서 그런 걸까? 아빠는 게임에 꽤나 진지하다. 다양한 볼 크기에 준비해 온 용돈을 넣고 탁구공을 넣어 볼에 들어간 용돈만 가져가는 게임이다. 탁구공을 던져 튕겨나가면 가족들의 아쉬운 탄식과 함께 옆에 계신 엄마의 응원이 아빠를 더 집중하게 하는 것 같다.
저녁 식사를 1차로 끝내고 손녀딸이 준비해 간 떡 케이크에 축하 노래와 케이크 커팅을 하고 케이크도 나눠 먹는다. 가족 단체사진을 찍고 나니 일찍 술 한잔하시고 용돈과 선물을 받으신 아빠는 조금 지나 피곤하신지 잠자리에 들어가신다. 자식들이 마련해 준 생신 파티가 즐거우셨는지 연발 고맙다 고맙다를 말씀하시곤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빠가 들어가신 뒤 형제들은 2차로 이어진다. 무슨 할 말들이 그리 많은지 우리 오 형제는 듣는 것보다 각자의 말을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대화는 초점 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지만, 모두가 즐겁다. 아빠의 생신으로 다 같이 모인 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딸들과 함께 한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대리하고 집으로 왔다.
일요일 아침 어젯밤 늦은 귀가로 아침에 조금 여유 있게 일어났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는 어제 큰 딸이 선물해 준 프리지어 꽃향기로 가득하다. 남편이 나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밥과 김치찌개를 끓여주고 어제 생신 상을 차리고 큰 언니가 보내준 새우 장이 남았는지 싸줘 덕분에 맛있는 아침 식사를 했다. 남편의 김치찌개 역시 최고다. 큰 딸도 아빠가 끓여준 김치찌개에 오랜만에 아침식사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아빠의 김치찌개에 한 표를 보탠다.
기분이 좋았던지 큰 딸은 영화표 두 장을 예매해 주고 갔다. 요즘 천만 찍은 영화라며 엄마 아빠 함께 보고 오라고 한다. 나중에 넷플릭스에 나오면 그때 봐도 된다는 아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빠, 맨날 일만 하지 말고 엄마랑 즐거운 시간도 좀 갖고 그래요." 큰 딸의 권유에 남편도 시간을 낸다.
생각해 보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은 아주 큰 데서 오지 않는다. 아빠 생신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휴일 아침 남편이 맛있게 끓여준 김치찌개에 아침 식사를 하는 것도 행복하다. 큰 딸이 사준 프리지어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 행복해지기도 하고 휴일 아침 가족들 모두 평안함에 행복하다.
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쉽게 지나치지만, 우리의 하루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순간들은 대부분 이런 소소한 장면 속에 숨어 있다.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 작은 순간이 모여 하루의 온도를 만든다. 그 작은 순간들을 알아보고 고마운 마음을 낼 때 삶은 훨씬 따뜻해진다. 서로에게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은 또 다른 마음으로 이어진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